▷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5일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주요국이 다 같이 증세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재무장관이 환영의 뜻을 밝혔고, 독일 재무장관은 “신바람이 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제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법인세 할인 경쟁을 제 살 깎아 먹기로 보고 있다. 해결 방법은 다 같이 비슷한 수준으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다. 일종의 국가 간 담합인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나이키, 페덱스 등 미국 55개 기업은 최근 3년간 87조 원을 벌어놓고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린 데다 각종 세금 공제 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은 2003년부터 12년 동안 아일랜드에서 세금 18조 원을 감면받았다. 세율은 0.005%. 세금 대신 기업 유치로 고용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미국은 글로벌 최저세율로 21%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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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을 신사협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의 나라 세금까지 간섭하는 것은 강대국의 완력 행사라는 견해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주요 선진국이 미국에 동조하는 것은 세금을 더 거두면서도 기업을 뺏기지 않겠다는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글로벌 법인세 논쟁은 사활을 건 기업 유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돈도 일자리도 기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