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스1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두 달 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서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狂風)이 사법부까지 불어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부장판사)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122차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2월 공판이 속행되고 2개월 만에 재개된 이날 재판은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되는 대등재판부로 바뀌었고, 재판부 구성도 달라졌다.
갱신 절차에 따라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양 전 대법원장은 “우리 피고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예단에 관한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자칫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 관찰을 방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제 광풍이 다 할퀴고 지나간 자국을 보면 ‘이게 왜 이렇게 된 건가’ 살피는 상황에서도 과거에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저희들은 매우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새로운 재판부가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건의 실질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주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뉴스1
앞서 같은 법원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일부 혐의에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가 인정된 혐의는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들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한 혐의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도록 한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기본적으로 법원행정처의 대법원장에 대한 일반적 보고체계가 없고,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사실과 같은 직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재판 개입’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아무리 대법원장이라도 법관의 재판 심리에 개입할 수 없고, 법관은 개입 행위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뉴스1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