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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 줄게, 여친 양보해” 무도장 삼각관계 끝내 비극

입력 | 2021-04-03 08:05:00

© News1 DB


“너무 큰 죄를 지었다. 유가족, 고인께 죄송하다.”

A씨는 재판정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그의 사과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범행이 끔찍했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자주 가던 서울의 한 무도장에서였다.

무도장에서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긴 A씨는 자기와 마음이 맞는 B씨를 “형”이라 부르며 가까이 지냈다.

사건의 발단은 B씨가 C씨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C씨는 A씨와 약 5년간 교제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눈치가 없던 B씨는 A씨에게 “C씨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경계심이 높아진 A씨는 B씨와 C씨가 몰래 만나는 것은 아닌지 떠보기 위해 2018년 6월 B씨를 한 패스트푸드점으로 불렀다.

두 사람은 그 후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옮겨 3시간20분 동안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B씨가 또다시 A씨의 심기를 건드렸다. B씨가 “동생(A씨)의 여자친구를 이전부터 좋아했는데 성격도 밝으니 내가 사귀면 안될까”라며 A씨에게 양보해달라고 했다.

A씨는 그 말에 심란했지만 술 취한 B씨를 버려둘 수 없어 일단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

다음날 오전 9시20분쯤 잠에서 깨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B씨가 기어코 쐐기를 박았다.

“어제 했던 말 다시 생각해봐. 내가 200만원 줄게. 내가 C씨에게 최선을 다할게. 양보하면 안 돼?”

자신을 무시한다며 격분한 A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찔렀다. 그 후 쓰러져 몸부림치던 B씨를 이불로 덮었다.

A씨는 B씨의 사체를 노끈으로 감아 묶은 뒤 침대 위에 방치하다 악취 때문에 견디기 어렵자 삽과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A씨는 서울 노원구 수락산의 인적 드문 곳 B씨를 묻고는 낙엽 등으로 덮기도 했다.

그런 A씨가 덜미를 잡힌 것은 살해 후 이틀 동안 B씨의 카드를 사용한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의 카드로 총 네차례에 걸쳐 400만원 상당의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현금서비스를 받을 당시 A씨는 미리 준비한 여성가발, 선글라스, 검정색원피스, 여성용 구두 등으로 여장하는 등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A씨는 살인, 사체은닉,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절도 등의 혐의로 징역 30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그럼에도 A씨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을 살해했고 시신을 잔혹하게 손괴해 암매장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일곱 차례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두번은 향토예비군법 위반, 또 두번은 폭력, 나머지 세번은 재산 관련 범죄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