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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재조사 소식에 들끓는 여론…“전사자 세번 죽이나”

입력 | 2021-04-01 16:51:00

천안함 46용사 유족들이 2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4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2019.3.22 © News1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지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 원인과 관련해 재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와 예비역은 물론 상당수의 시민도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1일 규명위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해 9월7일 천안함 피격 사건의 원인을 밝혀 달라는 진정을 접수해 같은 해 12월14일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씨가 진정을 냈다.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26일 서해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경계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다. 천안함 피격으로 배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숨졌고, 수색구조 과정에서 한주호 해군 준위도 순직했다.

재조사 사실이 알려지자 천안함 생존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해군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나라가 미쳤다. 유공자증 반납하고 패잔병으로 조용히 살아야겠다”라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당시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전 대령도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규명위에 다녀왔다”라며 “내일까지 조치가 없으면 강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 전 대령은 Δ사건 진행 즉시 중지 Δ규명위 사과문 발표 Δ청와대 입장문 및 유가족, 생존장병에 대한 사과 등을 촉구했다.

군 출신들도 잇따라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석복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은 “조금의 흠집을 잡아 그걸 빌미로 뒤집으려는 모양새”라며 “상식이 있다면 이번 재조사가 옳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강신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운영위원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더 이상의 조사는 국력낭비이며, 애국하는 모든 군인·예비역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악의적인 의가 있는 행위가 아닌가”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이미 진작에 결론 내려진 사건을 다시 재조사하는 걸 보니 답답한 심정이다”라며 “속된 말로 나라가 미친 것 같다”라고 했다.

우리공화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대한민국의 영웅 천안함 용사와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정치도구로 사용하려는 악랄한 음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보도를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슈를 또 만들어 국민들을 갈라치기 한다”, “탄원서나 서명할 일 있으면 함께 하겠다”, “강력하게 응징 조치해야 한다”, “천안함 전사자들은 세번 죽이는 일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규명위는 2일 오전 11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날 천안함 장병 유족들과 면담한 뒤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방침의 연장선이다.

규명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가족들이 규명위를 방문해 위원장과 면담했고, 위원장은 의견 수렴 후 심각하게 받아들인 상태”라며 “이후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2일 회의에는 천안함 피격 재조사와 관련해 ‘각하’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군사망사고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진정의 내용이 ‘그 자체로서 명백히 거짓이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각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규명위는 과거 신씨가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는 만큼 그 자체로 명백히 거짓이거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규명위는 “재조사를 개시했으나, 이는 신씨가 제출한 진정이 ‘각하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아 우선 재조사를 개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특별법 제17조2항에 따라 조사가 개시됐어도 추후 다시 각하할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