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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김치를 판매하면서 ‘김치’라는 이름 대신 泡菜(파오차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전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김치를 자신들의 고유 문화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중국의 ‘김치 공정’에 우리 기업들이 협조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알고보니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이름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현지 사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사전포장식품에 대한 라벨 규정인 GB는 현지 상품명을 국가표준·항업표준·지방표준 3가지 법이 규정한 명칭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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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중국 절임채소류는 中式泡菜(중국식 파오차이), 일본 절임채소류는 日式泡菜(일본식 파오차이)라고 표기하라는 식이지요. 우리 김치 역시 파오차이 또는 ?式泡菜(한국식 파오차이)로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화살은 정부로 향했습니다.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김치를 김치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였습니다.
결국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섰습니다. 지난 1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에 따르면 ‘김치’, ‘KIMCHI’ 등을 ‘泡菜’ 등과 병기하는 방식으로 표시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됨”이라고 밝혔는데요. 김치를 병기할 수 있는데 기업들이 안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심지어 김치를 파오차이라 표기하고, 한·영문을 병기해도 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오해를 살 여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김치 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할 수 있다’와 ‘해도 된다’는 엄청난 차이라는 겁니다. 김치를 병기한 포장재를 사용하더라도 정작 중국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합니다. 포장 디자인을 바꾸고 새롭게 제작하는데 수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를 기업에게 시도해 보라는 것은 다소 무책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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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파오차이 옆에 김치를 병기할 경우 오히려 현지인에게 ‘파오차이는 김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패키지 디자인이나 미관을 고려해 병기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GB는 상품명에 한자 이외의 외국어를 병기할 경우 한자보다 크기가 더 크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상품 명칭부터 외국어 표기 기준까지 철저히 자국 중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 현지에서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농림부는 이번 한·영 병기 논란과는 별개로 국내외에서 판매하는 우리 김치에 ‘한국 김치’나 ‘대한민국 김치’라는 공인인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를 추진 중이라는 안내도 덧붙였습니다. 이달 안에 식품업체와 관계자를 모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표시제를 시행하기도 전에 기업들은 제도에 실효성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표시권 취득을 위해선 국내에서 생산한 주원료(원료 함량 상위 3개)를 국내에서 가공해야 하는데, 김치의 모든 원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김치에 표시권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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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