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 재편속 인수합병 중고나라 이어 이베이코리아 관심… 회사측 “작년부터 반격 준비” 부진했던 사업부 임원 절반 경질…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非공채 발탁
올해 1월 13일 열린 ‘2021년 상반기 롯데VCM’(가치창출회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우리의 잠재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후 롯데는 과감한 조직 정비와 인수합병을 연이어 추진 중이다. 롯데 제공
경제계 전문가들은 신 회장이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본다. 신 회장이 생존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남들이 하는 사업을 뒤늦게 따라하는 수준의 조직문화로는 시장을 주도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재계에서 나온다.
○ 성장동력 찾는 신동빈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예비입찰 참여는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강 대표가 인수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롯데 측은 최근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엔지켐생명과학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바이오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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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롯데는 ‘형제의 난’ 이후 대형 악재가 지속됐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으로 인한 중국 매출 감소, 2018년 신 회장의 구속에 이어 2019년 반일(反日) 불매운동이 일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리테일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그룹 매출은 사업 부진으로 인해 2019년 74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60조 원대로 떨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가 계속되며 지금까지는 수성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 되자 신 회장의 기질이 다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8월 인사에서 M&A 전문가인 이훈기 부사장을 그룹의 혁신 계획을 짜는 신설 조직인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에 선임했을 때부터 예상됐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유통과 화학을 비롯한 주력사업 실적이 급락하면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등 내부 사안 해결보다 사업 혁신이 급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며 “그때부터 반격을 준비해온 것”이라고 했다.
○ 수시 인사로 ‘언제든 책임 물을 것’ 메시지
23일 주주총회에서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도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 전무는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09년 롯데쇼핑에 합류했고 지난해 11월 마트사업부장으로 선임됐다.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마트사업부장이 합류한 건 처음이다. 그룹 공채가 아닌 외부 출신이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가 된 것도 이례적이다. 롯데는 아직 공석인 이커머스사업부장에 대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순혈주의’가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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