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美中 고위회담 첫날 공개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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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4년간 미중 관계의 기준점이 될 양국 고위급 회담이 18일(현지 시간) 미 수도 워싱턴에서 약 5400km 떨어진 북극권의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막을 올렸다. 두 나라는 ‘국제질서 위협’ ‘흑인 학살’ 같은 거친 표현으로 날 선 비방전을 이어갔다. 영하 16도를 오가는 추운 날씨였지만 회담 후에도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팩스 회담이 낫다”며 불꽃 튀는 공방을 벌여 양국 관계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과 악수한 후 50여 년 만에 최악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 카메라 앞 난타전… 방어만 하던 中 인권 공세
양측은 이날 사진촬영 등을 위해 취재진에 공개하는 모두(冒頭)발언에서부터 불꽃 튀는 반박과 재반박을 벌이며 1시간 넘게 설전을 이어갔다. 양국 대표단을 이끄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카메라 앞이라는 것도 잊은 듯 ‘말의 전쟁’을 벌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의 인권 압박에 수세적이고 방어적 태도를 취하던 중국의 변화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이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문제 등을 거론하자 양 정치국원은 즉각 “중국 인권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 미국의 인권은 최저 수준” “미 흑인들이 학살 당하고 있다”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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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공방도 후끈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알래스카의 추운 날씨만큼 미국의 손님 접대가 차가웠다”며 회담이 시작부터 화약 냄새로 가득했고 미국 측이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 전에도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를 언급하며 “흑인 등 미 유색인종이 끊임없는 차별 위험에 직면했다”고 맹비난했다. 미 정부 관계자 또한 “중국이 기선제압식 연출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행동을 했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관계자들은 회담 전부터 “이번 회담에서 진전을 이룰 것이 없으며 양측이 각자의 요점을 팩스로 보내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말을 나눴다. 결국 이 예측이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19일 회담서도 견해차 클 듯
회담 전부터 양국의 간극은 넓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최고 위협으로 규정하며 압박을 이어 왔다. 12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외교안보 협의체 ‘쿼드’의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고 15∼18일에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해 중국 포위 전략을 논의했다. 중국 또한 ‘모든 의제를 논의하되 핵심 이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수차례 천명했다. 중국은 22일 베이징을 찾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도 미국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양국은 이날 오후 1시간가량의 치열했던 1차 회담을 마친 후 오후 7시 4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2차 회담을 가졌다. 두 번의 만남에서 양측이 팽팽한 견해차만 확인함에 따라 19일 오전 9시에서 9시 30분(한국 시간 20일 오전 2시∼2시 30분)경으로 예상되는 세 번째 만남에서도 합의에 이르거나 공동성명 발표 등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회담 이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리는 세계 기후변화 화상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역시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시위(楊希雨)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관영 환추시보에 “마오쩌둥과 닉슨의 악수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양국 관계가 수교 이전으로 되돌아가거나 전쟁이라는 두 가지 기로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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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