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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로봇에 감성을 가르치는 여자

입력 | 2021-03-20 03:00:00

◇걸 디코디드/라나 엘 칼리우비 지음·최영열 옮김/436쪽·1만4000원·문학수첩




운전자와 탑승객이 언쟁을 벌이면 자동으로 주행권을 가져가는 차량을 상상해보자. 운전자의 감정이 격해져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하지만 자동차업계는 감성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이런 차량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

저자는 감성 AI 기술의 선두 기업 ‘어펙티바’의 창업자다. 기계에 감정을 가르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도 전문가일까. 저자는 한때 자기 감정을 파악하는 게 코딩보다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착한 이집트 소녀였다. 아버지에게 절대 거역하지 않았고 이성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했고, 스무 살도 채 되기 전에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첫 데이트를 한 남자친구와 결혼해 유부녀가 됐다. 오로지 ‘이웃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삶은 유학을 계기로 바뀌었다. 신혼 시절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소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진학에 반대했다. 착한 이집트 소녀는 갈등했다. 그러나 몇 번의 기도와 울음 끝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결행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감정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봤다. 그의 사생활은 일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로절린드 피카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쓴 ‘감성 컴퓨팅’도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됐다. ‘건전한 결정을 내리는 데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책 내용에 놀랐다. 냉정하고 계산된 논리가 가장 좋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정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혼생활은 파탄이 났고, 일자리를 유지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에도 감정을 심어줄 순 없을지를 고민했다.

우뚝 선 그의 야망은 끝이 없다. 저자는 파킨슨병 징후를 미리 포착해 진료 예약을 잡아주는 로봇, 자살 징후를 감지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인간 생명과 직결된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연민과 이해심으로 가득 찬 미래, 기술로 소통하지만 인간성은 잃지 않는 세상을 그린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