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디코디드/라나 엘 칼리우비 지음·최영열 옮김/436쪽·1만4000원·문학수첩
저자는 감성 AI 기술의 선두 기업 ‘어펙티바’의 창업자다. 기계에 감정을 가르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도 전문가일까. 저자는 한때 자기 감정을 파악하는 게 코딩보다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착한 이집트 소녀였다. 아버지에게 절대 거역하지 않았고 이성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했고, 스무 살도 채 되기 전에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첫 데이트를 한 남자친구와 결혼해 유부녀가 됐다. 오로지 ‘이웃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삶은 유학을 계기로 바뀌었다. 신혼 시절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소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진학에 반대했다. 착한 이집트 소녀는 갈등했다. 그러나 몇 번의 기도와 울음 끝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결행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감정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봤다. 그의 사생활은 일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우뚝 선 그의 야망은 끝이 없다. 저자는 파킨슨병 징후를 미리 포착해 진료 예약을 잡아주는 로봇, 자살 징후를 감지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인간 생명과 직결된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연민과 이해심으로 가득 찬 미래, 기술로 소통하지만 인간성은 잃지 않는 세상을 그린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