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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주한 英대사 “韓, 기후변화·세계보건 세계 선도할 역량 갖춰”

입력 | 2021-03-19 17:28:00


“한국이 영국과 함께 민주주의 가치 수호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사람이 자유롭게 다니고, 생각이 움직이고 자본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우리 생활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63)는 18일(현지 시간) 서울 중구 주한 영국 대사관 대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영국 정부가 16일 발표한 새 외교·안보 정책 ‘경쟁 시대의 글로벌 영국(Global Britain in Competitive Age)’의 주요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영국이 공개한 새 외교 전략의 중심축은 단연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올해 1월 1일부로 유럽연합(EU)과 결별한 영국은 ‘독립 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교류에 집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스미스 대사는 “지난 몇 년간 이미 영국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영의 관계를 더욱 진전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예로 스미스 대사는 영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소속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FTA로 맺어진 무역관계에서 나아가 안보 협력, 기술거래 등으로 신뢰를 확장해 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스미스 대사는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의 외교 인력이 지난 3년간 30% 이상 증가했다”며 “한국에서의 지원을 늘리겠다는 영국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6월 11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과 인도, 호주를 초청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국가원수들의 첫 대면회의인 만큼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스미스 대사는 특히 G7 회의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 세계보건, 세계 공급망 문제 등의 의제를 논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기후변화와 세계보건에 있어 세계를 선도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의 대외 정책 재건 움직임에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스미스 대사는 “보고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은 민주주의 국가 대 비민주주의 국가 간의 경쟁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비민주주의 국가의 시장 규모와 전 세계에서 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일컫는 ‘경쟁’이란 단순 기업 또는 기관들의 경쟁이 아닌 ‘미래(Vision)를 위한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 대사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중국이 주요 경쟁국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영국은 중국과의 대립을 원치 않지만 여러 이슈들에 있어 영국과 중국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 홍콩 자유를 둘러싼 갈등 등을 예로 들었다.

영국 정부 보고서에는 자국 핵탄두 비축 계획도 담겼다. 핵탄두 보유 상한선을 10년 안에 180개에서 260개로 늘리겠다고 명시한 것. 2010년 당시 핵탄두 보유 한도를 2020년까지 180개로 줄이겠다고 한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스미스 대사는 “영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규정을 준수한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효율적인 핵 억지를 위한 최소 수준의 핵무장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50년 동안 유지돼온 NPT 체제에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경제 제재라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반대로 그들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면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경제 개발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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