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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미국이 홍콩 민주화 탄압을 이유로 중국 및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무더기 금융 제재를 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18,19일 미 서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양국 고위급 회담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CNN 등에 따르면 17일 미 국무부는 왕천(王晨)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지난해 홍콩보안법 초안 작성에 관여한 홍콩 유일의 전국인대 상무위원 탐유충(譚耀宗), 덩중화(鄧中華)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부주임, 스티브 리 카이와(李桂華) 홍콩 국가보안처 총경, 에드위나 라우(劉賜蕙) 홍콩 경무처 부처장 등 24명이 미 법인과 금융 및 자산거래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홍콩보안법 제정 당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로부터 미 입국을 금지 당했으며 이번에 금융 부문으로 제재 범위가 넓어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홍콩 민주주의에 일방적으로 가한 제한에 대응한 미국의 조처”라며 “동맹 및 파트너와 연합해 홍콩인의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겠다. 중국이 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11일 전국인대에서 홍콩 내 친중 인사만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이 제재 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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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앵커리지 회담에는 블링컨 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4명이 회동한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양국 최고위급이 처음 얼굴을 맞대는 데다 두 나라가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문제 등을 놓고 거세게 대립하고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회담 전망은 엇갈린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이번 회담에서 인권, 경제, 기술 등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역시 바이든 행정부 고위관계자가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홍콩 반중시위 탄압, 미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을 거론하는 등 강인한 접근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반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이 회담에서 서로 넘지 않아야 할 선, 즉 일종의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일단 대면 접촉에 의의를 두고 민감한 사안은 추가 논의하겠다는 의도라는 의미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