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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부자·기업이 세금 더 내야”…30년만의 증세 추진

입력 | 2021-03-16 14:48:00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증세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후보 시절의 공약처럼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세율을 인상해 재정적자를 메우고 소득 재분배를 꾀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증세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 가정은 자신의 공정한 몫보다 더 많이 세금을 내고 있지만 소득 최상위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기업들도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법인세 인상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1993년 이후 거의 30년 만에 연방 세금의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상향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또는 연간 자본소득 10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 △기업에 대한 조세 특례 축소와 부동산세 범위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감세 정책을 통해 낮췄던 것을 다시 올리는 것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14일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과 고소득자는 국가경제의 지출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제안해 왔다”면서 “재정적자를 통제하기 위한 (증세) 제안을 곧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시절 증세 공약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향후 10년 간 최대 2조1000억 달러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본격적이고 대규모의 증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의 세금 감면 축소 등을 제외하면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3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추진이 경기부양책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재정 상황을 보전하는 것 이외에도 이른바 ‘부자증세’를 통해 조세 형평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체 납세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연소득 40만 달러 이하 가구에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 측은 “대규모 증세가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행정부와 민주당의 구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증세안이 의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미국은 글로벌 각국을 상대로 국제적으로 법인세율의 하한선을 따로 두자는 제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각국이 기업과 일자리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서로 ‘출혈 경쟁’이 생기고 재정 문제도 심각해졌다는 인식에서다.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조세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법인세율은 1980년 40%에서 2020년 23%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옐런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강제성은 없더라도 법인세율을 최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하는 것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법인세 하한선으로는 12%선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하한선 규정이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만일 규정을 안 지키고 법인세율을 더 낮추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에 투자한 다국적 기업에게 본국이 그만큼 추가 과세를 해서 법인세율 인하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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