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손 부부, 윈프리 인터뷰서 주장
영국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부부가 7일 미국 CBS에서 방영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왕실의 인종차별 등을 폭로했다. 백인 부친과 흑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마클 왕손빈은 2019년 아들 아치 왕자(오른쪽 사진)를 출산했을 때 “왕실이 왕자의 피부색을 걱정했고 왕자 직위를 주는 것도 꺼렸다”고 주장했다. 왕실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극단적인 선택의 충동까지 느꼈다고 덧붙였다. AP 뉴시스·트위터 캡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사전 녹화한 2시간짜리 인터뷰에서 마클 왕손빈은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에 대한 우려와 대화가 오고 갔다. 아기에게 왕자 칭호가 주어지지 않고 안전 조치 역시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었다”고 했다. 한 관계자가 “아이의 피부가 얼마나 어두울 것 같냐”는 말까지 했다며 왕실 공식 직함 ‘HRH(His Royal Highness)’를 주지 않은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인터뷰 중 눈물을 보이며 “더 살기 싫었다. 극단적 선택을 심각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왕실 관계자 몇몇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왕실이 자신의 여권과 면허증, 신용카드를 가져가고 밖에서 친구와 식사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며 포로가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타블로이드 매체의 보도에도 ‘노코멘트’로 대응하도록 강요받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자신이 윗동서 캐서린 왕세손빈(39)을 울렸다는 소문을 반박하며 “운 사람은 오히려 나였다”고 했다. 언론은 두 사람이 2018년 5월 왕손 부부 결혼식 당시 화동의 꽃과 드레스 등을 놓고 기 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해리 왕손은 타블로이드 매체가 왕손빈의 인격을 공격했지만 왕실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어머니를 숨지게 한 역사가 반복될까 두려웠다. 아내와 어머니의 강렬한 상관관계를 봤다”고 했다. 한때 아버지 찰스 왕세자조차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왕실이 금전적 지원을 완전히 끊었지만 이번 인터뷰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왕손빈은 흰 연꽃이 수놓인 검은 비단 드레스를 입었다. 유명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 제품으로 가격은 4700달러(약 532만 원)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재탄생’을 의미한다며 부부가 왕실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해리 왕손은 찰스 왕세자, 형 윌리엄 왕세손(39), 왕세손의 2남 1녀에 이은 영국의 6번째 왕위 계승자로 사실상 왕위와 멀어져 있다. 부부는 올여름 딸을 출산한다.
윈프리는 8일 CBS에 출연해 해리 왕손이 인터뷰가 끝난 후 “아들의 피부색을 언급한 사람이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할아버지인 필립공은 아니었다”고 밝혔고, 왕실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인종주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