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며 심장박동을 모니터하고 있는 의사 몰리 그라시니.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로스앤젤레스 USC 메디컬센터 응급실 수석 레지던트 스캇 코브너(29)는 지난해 12월무렵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으로 채우고 있다.
중환자실 병실이 부족해 앰뷸런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의 모습. 코브너는 “병상을 기다리다가 심장마비로, 뇌졸증으로, 자상으로, 맹장염으로 죽는 사람이 있다”고 호소했다.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코브너는 휴무인 날에만 카메라를 들어 자신이 치료에 개입한 환자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병원 역시 코브너에게 펜데믹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 차원에서 촬영을 허락했고 그는 촬영 때마다 해당 환자들에게 동의를 받았다.
에피네프린(심정지 등 긴급 시 주사하는 응급약물) 을 받기위해 손을 뻗고 있는 간호사 도리스 롤던(오른쪽)과 그 옆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는 간호사 제러미 힐(왼쪽), 그 뒤에서 환자에게 삽관을 준비하는 의사루벤 거즈만(가운데)의 모습.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코브너는 경찰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늘 공적인 일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전공도 응급의학을 택했다고 밝혔다. 뉴욕대에서 전공 공부를 마친 그는 미국 최대 공공의료시설 중 하나인 USC 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봄 뉴욕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때 TV 뉴스에서 동료들이 코로나19와 씨름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화면에는 자신에게 어떻게 호흡기를 사용하는지 가르쳐줬던 선배, 동료들이 있었다. 당시 그가 머물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크게 퍼지지 않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며 USC 병원 응급실은 어느 때보다 한적했다. 그는 적막한 응급실에서 죄책감을 느꼈다.
코브너가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를 만난 건 지난해 여름이 지나서였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를 잊지 못 한다. 50대 여성으로 고열로 온몸이 젖은 상태에서도 보호 장구로 전신을 덮은 자신에게 “나보다 더 덥겠다”고 농담을 건넸던 환자. 의료진은 상태가 악화된 그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삽관을 하기로 결정했다. 코브너가 누군가의 마지막 인사를 대비해 페이스타임을 준비한 것도 그게 처음이었다. 의료진은 삽관 후 환자가 의식을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환자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의사 다리아 아시프축이 호흡곤란에 시달리고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삽관을 준비하고 있다. 수술실 바이털 모니터에 나오는 환자의 호흡수는 47(1분당 호흡수)로 정상치(16~18회)의 3배 수준이다.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이 사진을 공유하며 코브너는 이렇게 적었다.
‘삽관은 응급실 의사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물론 대게 호흡기를 단 환자들은 보통 하루이틀 내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펜데믹 동안 우리는 환자가 마지막으로 볼 지도 모를 얼굴이 되어갔다. 회복하는 환자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집에 머물고 마스크를 써 달라. 당신의 휴일 하루가 누군가의 인생을 앗아갈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