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제주 스프링캠프서 구슬땀, 훈련 쉬지 않은 듯 손엔 굳은살 2루수 30홈런은 홍현우 유일 “목표 높게 잡아야 결과도 좋아” 작년 말 4년 42억 FA 계약… 결혼식도 치러 겹경사 맞아
FA 계약을 통해 SK에 새 둥지를 튼 내야수 최주환이 2일 스프링캠프에서 새로 지급받은 빨간색 방망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근 신세계가 SK 야구단을 인수해 방망이 색이 바뀔 수 있지만 최주환은 “SK로 올 때 이미 새 출발선에 섰던 거다.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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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홈런 이상으로 2루수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새 유니폼을 입게 된 최주환(33)은 올 시즌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신세계그룹 인수가 확정된 프로야구 SK의 스프링캠프 훈련이 한창인 2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최주환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노력하다 보면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새 팀에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에서 뛰던 2018시즌 개인 최다인 26홈런을 기록한 그는 토종 2루수로는 1999년 홍현우(당시 해태·34개)만 넘어본 30홈런을 올 시즌 성공 과제로 삼았다.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에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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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최주환은 프로 데뷔 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5월 개막한 2020시즌이 11월 말에야 끝난 데다 12월에는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 하지만 두산에서 10년 넘게 주전 자리를 향해 독하게 노력한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비시즌에도 꾸준히 훈련한 까닭에 스프링캠프 초반이지만 손에는 딱딱한 굳은살이 시즌 한창 때처럼 박혀 있다. 앞으로 2kg만 더 빼면 스스로 최상의 몸 상태라고 느꼈던 ‘86kg’도 맞출 수 있다.
완벽한 준비로 새 팀 적응력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최주환은 “여전히 배울 게 많다”며 몸을 낮춘다.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2위(368개)인 ‘살아 있는 전설’ 최정(34)과 타격훈련에서 한 조를 이룬 그는 선배에게 훈련철학 등을 물으며 최고 선수의 노하우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 그는 “정이 형은 한국을 대표하는 3루수다. 2루에서 제가 정이 형처럼 활약한다면 많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SK와 FA 계약을 맺었지만 신세계가 SK 야구단을 인수해 최주환은 새 시즌 신세계 유니폼을 입고 개막을 맞는다. 53번이 새겨진 최주환의 ‘SK 유니폼’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FA 계약 이후 약 두 달간 400장이 넘게 팔렸지만 유니폼 주인이 정식 경기에서 입는 모습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최주환은 “팬들의 많은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팬들이 구입한 SK 유니폼의 가치가 살아 있게끔 제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훈련 이후 선수단에 ‘자율’이 부여됐지만 최주환은 로맥 등과 함께 실내훈련장에서 1시간 넘게 타격훈련을 한 뒤 숙소로 향했다. “(결혼하고) 안정감이 생겼다. 이제 야구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또 한 번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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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