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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공매도 금지, 큰비용 초래” 재개 권고… 고민 깊어진 금융당국

입력 | 2021-01-29 03:00:00

[공매도 금지 논란]
IMF “금지는 날카롭지 않은 도구
한국증시 안정… 공매도 재개 가능”
큰비용은 ‘해외자본 이탈’ 등 의미
개미들은 ‘공매도 영구금지’ 요구… “기관-외국인에 기울어진 운동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안드레아스바워 한국미션단장과 화상으로 연례협의를 하고있다. 바워 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제공

국제통화기금(IMF)이 3월 15일 종료 예정인 한국 증시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와 관련해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공매도 금지 연장 요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개미투자자들의 불만과 해외 기관의 불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공매도 금지 연장, 큰 비용 따를 것”

안드레아스 바워 IMF 한국미션단장(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28일 ‘2021년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돼 보이고 경제도 회복하는 측면이 있다”며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한 뒤 IMF가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매도 재개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바워 단장은 또 “공매도 전면 금지를 통해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균등한 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굉장히 날카롭지 않은 도구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굉장히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하면 순기능보다는 ‘공매도 금지국’으로 낙인이 찍혀 해외 자본의 이탈, 증시 과열 같은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사 등 해외 투자가들에게 주요한 투자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으로 꼽힌다. 헤지 수단이 없는 한국 증시는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는 1년 이상 장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면 해당 국가의 투자 비중을 낮추도록 돼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했을 때 한국과 함께 공매도를 금지했던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말레이시아 등은 이미 지난해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현재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도다.

○ 당국 “3월 16일 재개냐, 3개월 더 연장이냐”

하지만 이날 ‘공매도 영구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공매도 재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크다.

개미들이 공매도를 불신하는 이유는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본력과 정보력이 앞선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주가가 하락하고 정보가 부족한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수익을 올리는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IMF의 권고를 받아든 금융당국은 난감한 상황이다. 개미들의 반발과 함께 여권도 “제도 보완 없는 공매도는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국만 계속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잘못된 부분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참여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제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는 3월 16일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방안과 공매도 금지를 3개월 더 연장해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당국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재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 / 세종=주애진 / 신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