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김범석 지음/264쪽·1만5000원·흐름출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케이티 버틀러 지음·고주미 옮김/368쪽·1만7000원·메가스터디북스
최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기 위해 ‘웰다잉’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로 일하는 김범석 교수(44)는 암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상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를 펴냈다. 그는 4기 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 앞에서 환자들은 완치가 아니라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항암 치료를 받는다. 예정된 죽음 앞에서 환자들은 분노하고 울부짖는다. 마지막 순간을 뒤로 미루기 위해 발버둥치는 환자들 앞에서 그는 겸허하게 고개를 숙인다.
한 환자는 가난한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주경야독 끝에 겨우 대학에 갔다. 열정적으로 일해 외국계 기업 임원이 됐다. 그러나 50대 중반 찾아온 암은 극복하지 못했다. 열심히 살아온 만큼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든 항암치료를 다 했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통보에 환자는 분노했다. “나는 이렇게 죽으란 말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환자 눈에 살기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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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이 며칠밖에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병원을 벗어나 집에서 마지막을 준비하기를 권한다. 사소하지만 임종 때 중요한 것들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간병하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나 시집, 종교 경전이 있으면 좋다. 자신이 죽기 직전 연명 치료를 할지에 대한 의견이 담긴 서류는 눈에 잘 띄도록 냉장고 문에 붙여 둬야 향후 문제의 소지가 적다. 가족들이 119에 전화해 울부짖지 않도록 미리 당부할 것을 제안한다. 그가 이토록 냉철한 조언을 담은 웰 다잉 준비법을 내놓은 건 삶이 죽음에 내몰리지 않길 바라서다. 그는 “평화롭고 자율적이고 인간적인 죽음의 길은 있다”고 단언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