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환 부장, 퇴직 후 교수직 맡기로 윤중천 1심 선고하며 과거 수사 질타 증인 나온 법의학자에 사과말 하기도 '디킨스소설' 인용하며 노조와해 지적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 1심 선고를 내리며 과거 미흡한 수사를 꾸짖었던 손동환(47·사법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법관에서 퇴직하고 후학을 양성하기로 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 부장판사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내달 초 예정된 2021년 정기인사에서 퇴직법관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법복을 벗는 손 부장판사는 내달 22일부터 성균관대 로스쿨 공정거래법 담당 교수로 근무한다. 1997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손 부장판사는 1999년 사법연수원 28기를 수료했다.
손 부장판사는 2018년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신있는 재판 진행으로 유명한 그는 특히 김 전 차관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 윤중천씨 사건 1심을 심리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손 부장판사는 윤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 1심에서 총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성범죄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는 “검찰이 2013년 적절히 공소권 행사를 했다면 그 무렵 윤씨가 적정한 혐의로 법정에 섰을텐데 윤씨의 성폭력과 상해 등 혐의는 여러 이유로 공소시효가 도과해 면소, 공소기각 선고해야 한다”고 과거 미흡한 수사를 지적했다.
또 손 부장판사는 ‘관악구 모자살인’ 1심 사건을 심리하며 증인으로 나온 법의학자에게 “수많은 전문지식을 너무 비용 없이 증인신문이라는 절차를 통해 여쭤보고 시간도 많이 뺏으며 부담을 드렸다. 나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 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혐의 1심 사건을 심리하면서는 찰스 디킨스의 1854년 소설 ‘어려운 시절’을 인용해 삼성 측의 인식을 질타하기도 했다.
당시 손 부장판사는 “소설의 등장인물은 ‘노동자들의 유일하고 즉각적인 목적이 말 6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사슴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21세기를 사는 피고인들이 소설 속 인물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