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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 조지아에 첫 흑인 상원의원… 美 민주당, 결선 2곳중 1곳 먼저 승리

입력 | 2021-01-07 03:00:00

워녹, 공화당 현역의원 눌러
“어머니는 목화 따 생계 이어”
루서 킹의 애틀랜타 교회서 15년간 목사로 지내다 의회로
오소프 후보도 접전속 다소 유리… 민주 모두 승리땐 상원권력 교체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사상 최초로 흑인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CNN 등은 5일 실시된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개표가 98% 진행된 가운데 흑인 침례교 목사인 래피얼 워녹 후보(52·사진)가 득표율 50.6%로 공화당의 현역 여성 상원의원 켈리 레플러(49.4%)를 꺾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레플러 의원은 미 주요 언론이 워녹 후보의 승리를 발표했음에도 아직 패배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조지아주 서배너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워녹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목화를 따서 생계를 이어간 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신이 미 상원의원이 됐다며 “이것이 바로 미국”이라고 외쳤다. 그는 15년간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몸담았던 애틀랜타의 에벤에셀 침례교회 담임목사를 지내며 주민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2014년 정계 입문 후 의료보험 확대 등을 주창했다.

조지아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흑인 유권자 결집, 최대 도시 애틀랜타의 경제 호조 등을 바탕으로 젊은층이 몰려들면서 민주당 지지세가 늘었다. 주 인구 1060만 명 중 흑인 비율은 약 30%로 미 전체 인구의 흑인 비율(13%)보다 훨씬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정책 등에 반발한 흑인 유권자가 지난해 11월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상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불과 1만1779표(0.25%포인트) 차로 이겼다.

미 상원은 50개 주에서 각각 2명씩 총 100명을 뽑는다. 지난해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상원선거 당시 조지아 2개 선거구에서는 아무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다. 과반 득표자만 당선인으로 규정한 주 법에 따라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5일 치러졌다.

조지아의 나머지 1개 선거구에서도 개표가 98%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의 존 오소프 후보(34)가 득표율 50.2%로 역시 공화당 현역 의원인 데이비드 퍼듀(49.8%)를 앞서고 있다. 다만 조지아 법은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0.5%포인트 이내면 검표를 다시 할 수 있게 돼 있어 퍼듀 의원 측이 재검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오소프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 역시 흑인 표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7월 타계한 유명 흑인 정치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인턴 출신이다. 조지아에서 33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루이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정책을 거세게 비판해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