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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종사자 보호법 만든다

입력 | 2020-12-21 14:47:00

고용부 등 관계부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 발표
플랫폼 종사자 지위 규정…기업, 정보제공 의무부과
산재·고용보험 단계적 적용 등 사회 안전망 확충도




 정부가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종사자에 대한 정의와 처우 개선 방안을 담은 보호법을 만든다.

또 플랫폼기업에 대해 의무를 부과해 플랫폼의 이용과 이에 따른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플랫폼종사자에게 제공토록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최소 규율로 ‘보호입법’…‘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중점

이번 대책은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해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마련됐다. 플랫폼노동자는 그간 자영업자로 분류돼 사용자에 대한 종속도가 낮고 이 때문에 낮은 대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노사 및 전문가로 구성된 ‘플랫폼노동과 일자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실태조사 등을 진행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내년 1월 추진할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에는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종사자의 명확한 정의와 이에 따른 기업과 정부의 의무 및 책임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와 플랫폼 업체 등 사업 관계자들의 지위를 규정하고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일 경우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아니다”라며 “법률적으로 보면 일하는 방식에 따라 근로자일 수도 있고, 특고일 수도 있고, 일반 자영업자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어 “플랫폼과 관련해 기술 발전에 따라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체, 플랫폼 종사자와 관련된 계약관계를 공정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은 플랫폼 종사자의 기본적 노무제공여건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입법으로 이에 기반해 정부는 정기 실태조사 등 이들의 권익 보호와 플랫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플랫폼 종사자 규모뿐만 아니라 지역과 웹을 기반으로 한 종사자 유형, 연령·성별 등 특성, 고용형태 등의 내용이 담긴다.

내년 신설될 고용형태 자문기구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형태를 구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고용형태에 따라 보험료 부담 주체 등이 갈리는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과 관련해 ‘지위 확인 청구제도’ 신설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산업 내 공정한 계약 관행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SW프리랜서, 배달기사 등 16개 직종에 보급된 직종별 표준계약서 제정과 활용을 확산하고, 배달업의 경우 적절 배달료 형성을 위해 수수료 지급기준을 명시한 ‘배달대행 위·수탁 표준계약서’ 확산을 추진한다.

표준계약서 활용이 확산하도록 실태점검을 비롯해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해 계약서 활용 시 인센티브 등도 제공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비정규직 고용구조개선 지원단’을 개설해 개별기업의 표준계약서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편 배달업 내 공정거래 기반 구축을 위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제정해 인증제를 도입, 등록제 법제화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제정 법안은 노동법상 근로자인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노동법을 통한 보호가 우선임을 명확히 하고 플랫폼 종사자도표준계약서 작성 등 기본적인 노무 제공 여건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어 “플랫폼 종사자는 고용상 지위가 다양해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돼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노사단체, 전문가 등과 충분히 협의해 플랫폼 기업 등이 지켜야 할 사항 등 종사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 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 책임 ‘강화’…단체설립 법적 근거 마련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에는 그간 자율에 맡겨졌던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다.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일감 배정에 있어 플랫폼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에게도 일정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은 앞으로 플랫폼 이용계약 기간, 갱신·변경·해지 절차, 이용 수수료 등 주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용계약 변경 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전고지 의무도 부과된다.

아울러 플랫폼 종사자와 고객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 등의 책임도 강화된다.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일 배정, 고객만족도 등 평가기준 등에 대해서도 주요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플랫폼 종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절차를 마련해 협의에 임해야 한다. 노무중개·제공 플랫폼들에 대해서도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

플랫폼 종사자와 사업자 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종사자가 단체를 설립하고 보수의 지급기준 등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권리도 법으로 보장된다. 노조법상 적법하게 설립된 노조라면 이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종사자 역시 자유롭게 단체를 설립해 권리를 촉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노조법에 의한 노조의 경우 면책사유가 된다”며 “노조법상 노동자로 분류가 되지 않을 경우 노조를 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 단체 결성을 특별법을 통해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법에서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닌 이들에 대해 단체 설립 근거조항을 마련해주지 않을 경우 플랫폼 운영업체와 종사자 간 여러 협의 사항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며 “플랫폼 업체와 (종사자들이) 협의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담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협동조합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프리랜서·플랫폼 협동조합 설립도 지원할 예정이다.


산재·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퇴직공제 운영도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대폭 확충된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질병·육아 등의 사유에 한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으며, 내년 상반기 산재보험법을 개정해 전속성(하나의 사업체에 종속된 정도) 요건을 폐지하고 직종·분야별 보험 적용·징수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고용보험에 대해서는 연내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발표하고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해 단계적 적용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플랫폼 종사자의 복지를 위해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의 퇴직공제 등을 위한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플랫폼 기업이 이용 수수료 일정액을 공제부금으로 납부해 종사자 퇴직시 퇴직공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고가 잦은 배달기사에 대해서는 사업자 공제조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공제조합의 설립·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플랫폼 종사자의 직종별 특성에 따라 산재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맞춤형 건강진단 등을 제도화할 방침이다.

특히 사고가 잦은 배달기사에 대해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해 사고발생 위험지역 알림 등 정보공유플랫폼을 구축한다. 또 이륜차 정비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표준공임제 권고안 등도 마련한다.

이 장관은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더욱 고민하겠다”며 “내년 1월부터 전담부서를 설치해 플랫폼 종사자 업무를 총괄하는 한편 제정법안에 대해서도 노사단체 및 전문가와 협의해나가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