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보험료 11억원 내줘 편법증여 의심
― 차용증 썼지만 이자 月1000만원 내는지 의문
강남-송파-용산 등 수도권 과열지역
국토부, 실거래 기획조사 결과 발표
20대인 A 씨는 올해 여름 서울 강남구에 있는 18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였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9억 원을 저축성 보험을 해지해 마련했다고 적어 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 보험료 납부 명세를 살펴본 결과 그는 2010년 12월에 8억 원을, 2012년 12월에 3억 원을 한꺼번에 보험료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납부 당시 미성년자 신분이었다. 대응반은 A 씨 부모가 현금을 편법 증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부모가 A 씨가 내야 할 보험금을 대신 납부해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국세청은 현재 A 씨와 부모가 탈세 혐의가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30대 B 씨는 올해 서울 강남권에서 3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구입자금을 모두 아버지에게 빌렸다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했다. 그는 차용증까지 문서로 첨부했다. 하지만 대응반은 이를 국세청에 이상 거래 의심 사례로 통보했다. 아버지로부터 빌린 돈에 대해 세법상 적정 금리(연 4.6%)를 지켜 이자를 납부하는지를 국세청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라는 뜻이다. 연 4.6%로 30억 원을 빌릴 경우 이자만 월 1000만 원이 넘는다.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과 올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5개월간 서울 강남·송파·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그 주변 지역, 경기 광명·김포·구리시와 수원시 팔달구 등 수도권 주요 주택거래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실거래 기획 조사’를 벌인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이들 지역에서 5, 6월경부터 8월 말까지 실거래 신고가 된 7592건 중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577건이었다. 지역별로는 강남·송파구 322건, 용산구 74건, 경기 181건이었다. 이 중 친족 간 편법증여 등 탈세 의심 109건, 대출 규정 위반 3건, 거래신고법 위반 76건, 등기 특별조치법 위반 2건 등 총 190건의 위반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기존엔 시세 9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 거래 위주로 조사했지만, 이번에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만큼 시세 9억 원 미만 주택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소매업 종사자인 40대 C 씨는 올해 용산구에서 8억 원 규모의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은행에서 중소기업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았다. 그는 대출액 총 3억 원 중 2억 원을 주택 매수 대금으로 썼다. 국토부는 그가 사업자대출을 용도 외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출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대출금은 회수된다.
대응반은 올해 2월 21일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 범죄 수사를 통해 총 47건(61명)을 입건하고, 이 중 수사가 마무리된 27건(2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장애인·국가유공자에게 명의를 빌려 부정청약을 하거나 고시원에 위장 전입하는 방식의 부정청약 사건 등이 주로 적발됐다.
대응반은 내년 2월까지 1년간 한시 운영해야 하는 조직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내년에 출범하면 실거래 조사 등의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가 늦어지고 있어 분석원 출범 시기가 2월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석원 출범이 늦어져도 부동산 시장 조사, 감시 등 기존 업무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