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도우미 삼성전자 김종호 사장 “회사가 초일류 되며 나도 성장한 경험 나눠야”
하임숙 산업1부장
스마트공장 지원이라는 게 단순히 중소기업 제조방식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은 아니다. 제품을 더 완벽하게 만들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태거나 꼭 필요한데 없는 부품을 만들어주는 것, 다시 말해 도움이 없었다면 안 됐을 사업을 되게 만드는 일까지 포함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매출액이 737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조 단위가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혈당 등 체외진단사업을 주로 했던 이 회사가 올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진단키트를 만들 때 핵심 부품이 작은 유리관인데, 이는 전량 독일에서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제품을 개발하려던 때 세계적으로 진단키트가 부족해지면서 독일 수입길이 막혔다. 삼성전자는 수만 개의 협력업체 중 유리관을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아내 금형을 만들어준 뒤 이를 본떠 유리관을 대량 공급하도록 연결했다.
한때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마스크 대란’ 당시에 화진산업은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도 중국에서 수입하던 필터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중국은 당시 마스크 필터, 마스크 완제품, 마스크 제조 기계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기껏 제조한 마스크도 끈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삼성전자는 기저귀 소재를 만들던 도레이첨단소재에는 마스크 필터 생산을 요청하고, 프레스 기계의 마모로 발생한 마스크 끈 불량은 협력업체들에 프레스 기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해결했다.
이 모든 일은 김종호 스마트공장 지원센터장(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의 평이다. 김 센터장은 오토일렉스 사장의 하소연을 듣다가 애니콜 사례가 번뜩 떠올라 ‘무언가 촘촘히 해주면 해결되겠다’고 생각했다. 도레이첨단소재 이영관 회장에게는 직접 부탁했다.
“그저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를 다녔을 뿐인데 회사가 초일류가 되니까 나도 같이 성장했다. 그간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졌고, 전 세계 업종 불문 안 가본 공장이 없다. 그 경험을 이제 중소기업을 위해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삼성전자 본업에서 빠져 스마트공장 지원센터로 배치돼 자칫 ‘내 커리어는 끝났구나’ 하며 낙담했을 200여 명의 센터 직원에게 김 센터장이 한 말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나 유통산업발전법이 굳이 없어도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