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까지 3자 연합은 한진그룹 이슈 대부분에 대해 ‘주주연합’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일부 KCGI 명의)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관련 내용은 모두 사모펀드 KCGI 명의로만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있다. 공식 채널이 KCGI로 일원화 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3자 연합 결속력이 약화됐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산업은행 등장에 다급해진 KCGI… 연합 대신 독자노선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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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 연합은 그동안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조용히 장기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산업은행과 한진칼이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CGI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기 직전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제안하고 이후 거의 하루 한 번씩 공식 입장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결정에 따라 한진칼은 KDB산업은행에 5000억 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3000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약 10%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국내 항공 산업 재편을 통한 생존이라는 명제에서 추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영은행인 산업은행이 현 경영진 대신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또한 최근 조 단위 손실로 이슈가 된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KCGI는 다급해진 모습이 역력하다.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인수·합병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KCGI를 제외한 3자 연합 두 축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측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어 연합 불화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생존 갈림길에 선 국내 항공 산업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범국가적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결정이라며 항공 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신속하게 통합을 진행한다고 강조했지만 KCGI가 ‘밀실야합’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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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위기와 함께 찾아온 국내 항공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장 어렵더라도 생존을 위한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데 KCGI는 오로지 이익 극대화를 위해 범정부적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직접 시도한 적이 있는데 자신들이 주주인 한진칼이 자회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것은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린 이유가 산업 생존이나 발전보다 이익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