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청사진 그리려면 장기 안목 중요 선거 끝나면 부처 바뀌고 정책은 단절 정치권은 대안 부재 속 남 탓 하기 바빠 현실적 비전 건강한 비판이 정책 살린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중국 제품이 시연에 쓰인 것에 불만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 중에선 한화시스템이 2023년, 현대차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드론 택시를 개발하고 있으며, 정부는 2025년부터 드론 택시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드론 택시를 상용화하는 데는 관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충전소, 주기장(駐機場) 등 준비할 것이 많다. 교통법규도 정비돼야 하고 보험도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필요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드론 시장이 70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우버가 가장 앞서 달리고 있고, 일본에서는 스카이드라이브라는 벤처기업이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연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중국의 이항은 직원 200여 명의 벤처기업이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정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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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달리고 드론이 사람을 실어 나르는 세상의 주거환경과 교통망은 지금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짜는 일에는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의 전문가들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책이 단절되거나 변경되는 일이 허다해서 걱정이다.
한국에서는 여당이 이기든 야당이 이기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 부처의 기능과 이름이 바뀐다. 내 지인이 일하는 곳이 ‘산업통상부’인지 ‘통상산업부’인지, ‘행정안전부’인지 ‘안전행정부’인지 늘 헷갈린다. 통상 기능이 ‘외교통상부’에 가 있나 했더니 어느 때부터는 ‘통상산업부’에 가 있다. 5년마다 명함과 명패를 바꾸는 데 드는 돈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조직이 쪼개지고 갈라지면서 관료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전혀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팀에 배치된다. 슬픈 코미디는 사실 새 정부의 많은 정책이 지난 정부의 정책을 짜깁기한 뒤 새로운 옷을 입힌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권은 바뀌지만 세종시 관료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좋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선진국의 사례를 짧은 기간 맹렬히 공부한 다음 전임자가 남긴 파일을 첨삭하여 새 정책을 내놓는다. 옛말 그대로 ‘해 아래 새것이 없지만’ 모든 정책은 일단 한번 완전한 탈색을 거친 후 새 옷을 입고 새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여당은 집값 상승도 청년 실업도 모두 지난 정권 탓으로 돌린다. 야당은 여당의 실책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그 실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없다. 그래서 여당이나 야당이나 선거 때 내놓는 정책은 사실상 대동소이하다. 정책의 허술함은 증오의 구호로 충분히 덮을 수 있다. 선거의 쟁점은 ‘누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을 내놓는가’가 아니고, ‘누가 심판을 받아야 하는가’이기 때문이다. 정책을 망치는 정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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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