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살어리 살어리랏다’전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미술감독도 일상 소품 팝아트적 재해석 유명 작가 “경남의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
경남 창원 폐기물처리장에 버려진 선박을 씻고 에폭시를 채워 물에 잠긴 듯한 모습을 연출한 작품 ‘폐선’.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그에게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의 미술감독을 맡긴 박찬욱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박 감독은 2009년 경기도미술관 강연에서 “가난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모든 것을 꾀죄죄하게 묘사하는 데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가난한 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빈약함이 아닌 풍부함이다. 뭐 하나 버리지 않아 쌓여 있고, 어울리지 않을 것을 끼워 넣고… 거기서 굉장한 아름다움이 나오지 않나. 그런 점이 (이 영화에서) 만족스러웠다.”
수차례 미술관 개인전을 연 미술가이자 ‘가슴시각개발연구소’ 소장인 최 작가는 1990년대 ‘올로 올로’ ‘스페이스 오존’ ‘살바’ 같은 복합 문화 공간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빈티지 소품이나 노출 인테리어를 활용한 당시 디자인은 요즘 ‘뉴트로(뉴+레트로·새로운 복고)’라는 트렌드가 됐다. 장정일의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 ‘301, 302’나 ‘모텔 선인장’ 등의 미술감독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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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경남의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를 만들자”는 김종원 경남도립미술관장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김 관장은 “현대미술관은 역사를 다뤄야 하는데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다”며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주제로 미술관이 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전시에 참여한 도민 1000명의 이름을 새긴 작품 ‘당신이 기념비입니다’(위쪽 사진). 부표를 비롯한 해양쓰레기로 만든 작품 ‘성게’.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미술관 앞마당에는 도민 617명이 보내온 밥솥 냄비 식기 등 783점으로 쌓은 높이 24m의 탑 ‘인류세(人類世)’가 놓였다. 2층의 2전시실에는 식기를 보내온 사람들의 사연과 사진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1000명의 이름을 마산의 한 재봉사가 한 땀, 한 땀 새겨 작품 ‘당신이 기념비입니다’가 탄생했다.
3층 전시실에는 경남 지역 커뮤니티인 ‘공유를 위한 창조’ ‘비컴 프렌즈’ ‘돌창고프로젝트’ ‘팜프라’의 활동상을 소개하는 팝업 전시 ‘별유천지’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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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