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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나라를 보았니 천사 섬들이 떠있는

입력 | 2020-11-07 03:00:00

[힐링 코리아]‘보랏빛 세상’ 전남 신안
박지도-반월도 등 보라색 꽃 지천으로 피자
마을주민들, 지붕-다리 등 온통 보라색 단장
입소문 난 ‘퍼플교’는 해외서도 명물로 소개






박지도, 반월도, 안좌도를 연결하는 퍼플교는 길이가 1.8km에 달하는 보라색 다리다. 나무로 만들어진 퍼플교를 걷고 있으면 보랏빛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전국이 붉고 노랗게 물드는 가을. 이 계절에 보랏빛으로 물드는 아주 특별한 곳이 있다. 전남 신안의 박지도, 반월도 그리고 안좌도 두리마을을 잇는 ‘퍼플교’다. 약 1.8km 길이의 보라색 다리가 섬들 사이에 놓여 있다. 다리는 물론이고 마을의 건물 지붕과 자동차, 우체통, 담벼락 등이 모두 보라색이다.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보랏빛 풍경이다.》


○ 다리, 지붕, 자동차 모두 보라색

신안에는 10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그중 조그마한 섬인 박지도, 반월도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섬이다.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홍콩, 독일 등 해외 매체도 ‘한국에서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박지도, 반월도의 퍼플교를 소개했을 정도다.

퍼플교 주변의 박지도, 반월도 그리고 안좌도 두리마을의 집들은 모두 보라색 지붕이다.

신안군 안좌도 앞바다에 이웃한 자그마한 형제 섬인 박지도와 반월도에 다리가 놓인 건 2007년. 전남 목포까지 두 발로 걸어서 가고 싶다는 한 주민의 소망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주민들은 이 다리를 특색 있는 다리로 만들고 싶었다. 그때 섬에 보랏빛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 것을 보고 보라색 섬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민들은 마을 건물 지붕을 보라색으로 칠했다. 섬 사이를 잇는 다리도 보라색으로 바꿨다. 라일락, 라벤더, 아스터 국화 등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 20만 본도 심었다. 그 덕분에 박지도와 반월도에는 봄부터 초겨울까지 보랏빛 식물들이 피고 진다. 우체통, 공중전화기, 도로분리대, 쓰레기통 등도 모두 보라색이다. 보라색 옷을 입은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밭을 덮어두는 비닐까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보라색이다. 이 정도면 ‘보랏빛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랏빛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입장료 3000원(성인 기준)을 내야 한다. 매표소에 있는 보라색 우산과 옷을 대여하면 2000원만 내고 들어갈 수도 있다. 보라색 옷과 모자, 가방, 우산 등을 미리 갖추고 이곳을 찾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퍼플교는 유명 트로트 가수인 김호중과 홍자의 팬들에게 필수 코스다. 두 가수의 팬클럽 상징이 모두 보라색이다. ‘김호중’, ‘홍자’ 이름이 적힌 보라색 옷을 입은 팬들을 퍼플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퍼플교 관계자는 “매표소와 섬 안의 카페에는 팬들이 놓고 간 보라색 굿즈(상품)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지도, 반월도, 안좌도를 연결하는 퍼플교는 길이가 1.8km에 달하는 보라색 다리다. 나무로 만들어진 퍼플교를 걷고 있으면 보랏빛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비오는 날 보라색 우산을 들고 걷고 있는 연인.

퍼플교는 두리선착장∼박지도∼반월도∼두리선착장을 잇는 순환형 구조다. 두리선착장 주변에 승용차를 두고 먼저 건널 다리를 선택하면 된다. 퍼플교 자체는 약 1.8km로 1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박지도와 반월도 모두 섬 둘레를 돌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반월도 둘레길은 5.7km(90분 소요), 박지도 둘레길은 4.2km(60분 소요)로 두 섬 모두 걸어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자전거(1시간 5000원)를 빌리거나, 보라색 전기자동차(박지도)와 마을버스(반월도·이상 1회 2000원)를 이용해도 좋다.

퍼플교 주변의 박지도, 반월도 그리고 안좌도 두리마을의 집들은 모두 보라색 지붕이다.

높은 곳에서 퍼플교를 조망하고 싶다면 박지도의 박지산(해발 130m)과 반월도의 어깨산(해발 200m)이 가장 좋은 장소다. 특히 어깨산 정상 부근의 만호바위에서 퍼플교와 주변 섬들의 풍경이 잘 보인다. 박지산에는 섬 유일의 식수원이었던 900년 된 우물이 있다.

퍼플교가 있는 신안에는 보라색으로 칠해진 정류장도 발견할 수 있다.

퍼플교 어딜 가더라도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푸른 바다 위에 놓인 보라색 다리와 그 위의 파란 하늘이 동화 속 세상처럼 신비롭다. 어른들도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밝게 웃으며 재미있는 동작으로 사진을 찍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날씨가 화창할 때는 그리스의 어느 섬에 들어온 것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물이 들어올 때와 달리 물이 나갈 때는 다리 아래로 바다가 강줄기처럼 갯골을 만들어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섬에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펜션, 식당이 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그릇, 판매하는 음료수와 고구마막걸리 역시 보라색이다.


○ ‘천사’ 그리고 ‘1004’의 다리

자은도 북쪽에 있는 ‘무한의 다리’는 둔장해변 앞에 있는 작은 섬인 할미도까지 1004m 길이로 놓여져 있다.


신안의 상징은 ‘1004(천사)’다. 신안에는 모두 1025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나무와 풀이 없는 섬을 제외하면 1004개다. 신안에는 1004와 연관 있는 다리도 두 개 있다.

자은도 북쪽에 있는 ‘무한의 다리’는 둔장해변 앞에 있는 작은 섬인 할미도까지 1004m 길이로 놓여져 있다.

육지와 연결돼 있던 압해도와 배로만 갈 수 있었던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지난해 4월 개통했다. 이로써 암태도를 비롯해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등 신안 중부권 섬들이 모두 육지와 연결됐다. 길이 7.22km인 천사대교는 인천대교,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로 긴 다리다. 천사대교란 이름은 주민 공모로 결정됐다. 1004개의 신안 섬을 상징할 수 있게 두 개의 주탑 간 거리가 1004m이다. 천사대교를 건널 때 양옆을 보면 수많은 섬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자은도 북쪽에 있는 ‘무한의 다리’는 둔장해변 앞에 있는 작은 섬인 할미도까지 1004m 길이로 놓여져 있다. 다리 끝에는 의자가 있어 풍력발전기 등 풍경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자은도 북쪽의 둔장해변 앞에 있는 일명 ‘무한의 다리’도 길이가 1004m다. 무한의 다리는 구리도∼고도∼할미도를 잇는 보행 전용 다리다. 무한의 다리란 이름은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터널처럼 곡선으로 만들어진 난간 덕분에 다리에 들어서면 바다로 그대로 들어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다리 위를 걷다 보면 세찬 바람에 몸이 바람 방향에 따라 저절로 움직인다. 다리 주변은 항상 강하게 바람이 불어 바다 너머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을 정도다. 다리 끝에 있는 할미도에는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간이매점과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다. 돌아갈 때는 같은 길로 되돌아간다. 같은 길이지만 바다로 향할 때와 육지로 향할 때의 풍경이 달라 각각의 느낌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 미소가 지어지는 이색 벽화

신안 암태도의 기동마을 삼거리 담벼락에 그려진 마을 주민 노부부의 동백꽃 파마머리 벽화가 눈에 띈다.



퍼플교와 무한의 다리를 가는 갈림길인 암태도 기동삼거리에는 특색 있는 벽화가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벽화로 애기동백나무를 머리 삼아 환하게 웃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할머니 얼굴만 그렸는데, 서운해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해 들은 신안군이 애기동백나무를 한 그루 더 심고 할아버지 얼굴을 그려 부부 벽화가 탄생했다.

암태도 큰봉산(해발 222m)에 자리 잡은 노만사는 아담한 규모로 법당 앞에 팽나무들이 비스듬히 서 있다. 절 주변에 약수가 유명하다.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도 애기동백나무에 빨간 꽃이 피어 있다. 가까이서 보면 조화임을 알 수 있다. 자은도의 유각마을 입구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5명의 얼굴 벽화가 있다. 머리 스타일을 각기 다른 나무로 그린 것으로, 기동삼거리 벽화처럼 실제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신안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신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