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추미애 법무장관의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 남용을 비판한 데 대해 추 장관이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하자 평검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페이스북에 이 검사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링크한 지 1시간도 안 돼 추 장관이 커밍아웃 운운하며 불이익을 줄 듯 암시한 것이다. 이에 200명이 넘는 검사들이 함께 커밍아웃한다는 의미로 추 장관 비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았다.
앞서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추 장관이 라임펀드 사건 지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검사 및 야당 로비 의혹 관련 편파·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반발성 사표를 던졌다. 그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윤 총장의 장모를 기소한 당사자다. 추 장관이 직접 인사해 배치한 주요 일선 검사장 사이에서조차 반발이 터져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굳이 쓴소리를 해 권력의 눈 밖에 나는 것을 주저하던 평검사들마저 들고 일어난 것이다.
추 장관의 감찰권 남용 문제와 별개로 검사 3명이 피의자로부터 룸살롱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반드시 진위가 밝혀져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 이외에는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수사지휘권과 감찰권을 행사한 추 장관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럼에도 제기된 의혹들은 결코 흐지부지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다. 김 전 회장의 고교 8년 선배라는 한 변호사는 어제 김 전 회장이 술접대를 했다고 특정한 검사 3명 중 1명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해당 검사들은 이와 관련해 부인 또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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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침묵했던 평검사들조차 ‘검찰 개혁으로 포장된 정치권의 검찰권 장악’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대 윤석열의 대결 구도가 추미애 대 검찰 대다수의 대결 구도로 바뀌는 양상이다. 추 장관은 권한 남용과 수준 낮은 언행으로 개혁을 순조롭게 이끌기는커녕 사태를 악화만 시키고 있는데도 집권세력은 ‘최후의 결전’으로 가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결국 검란(檢亂)을 자초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