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제 檢총장 찍어낼 수 없는 딜레마 秋-與, 돌격대 총대 멨지만 성과는 의문
정연욱 논설위원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은 정치권력의 검찰수사 개입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 수사지휘권 규정이 있는 국가에서도 가급적 행사를 자제해왔다. 그런데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벌써 두 차례나 윤 총장 개인을 겨냥한 공격무기로 활용했다. 윤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멈추라는 여권의 뜻을 따랐다면 아마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여권과 윤 총장은 서로 선을 넘은 분위기다. 문제는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중도 사퇴시킬 만한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적과 동지’ 피아(彼我)구분이 분명해졌다고 해서 총장직을 박탈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정치적 딜레마다. 그래서 총장 임면권을 쥔 청와대는 뒤로 빠진 채 추 장관과 거여(巨與)가 윤 총장을 향해 망신을 주는 돌격대를 자처했다. 총장 주변의 수족이 잘리고, 총장 권한인 수사지휘권까지 뺏기는 모욕을 당하면 자진해서 물러날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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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 총장은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남은 임기까지 물러나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여권의 모욕·망신주기 공격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여권의 딜레마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으로선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추 장관과 여당 노선에 직격탄을 날린 윤 총장을 그대로 안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윤석열 사퇴 공세가 노골화될수록 정치 행보 가능성을 열어놓은 윤 총장의 정치적 몸값만 커지게 된다.
추 장관은 다시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 카드를 집중적으로 던지며 포위·압박 공세 2라운드에 들어갔다.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를 거부 말라는 최후통첩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권 남용이 아니라 장관 권력 남용이 더 문제 아닌가. 민주적 통제가 그 지휘의 적절성을 무시한 채 ‘집권세력의 명령을 왜 거부하느냐’는 왕조시대 논리로 전락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이제 추-윤 갈등은 포장지로 적당히 가린다고 해서 가려질 상황이 아니다. 딜레마 정권이 감추려고 하는 속사정도 웬만한 사람들은 알 만큼 다 알고 있다. 펀드 사기사건에 여야 가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면 될 일에 윤 총장만 때리는 모양새는 볼썽사나울 뿐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