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번 눌러요.”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내가 재촉한다. 급기야 내 휴대전화를 낚아챈다. 한동안 전국을 트로트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미스터트롯’에서 ‘7인의 최종 순위 발표’를 하던 날 밤이었다.
사진제공|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당구를 치는 사람들은 ‘뒷다마’를 잘 안다. 처음 치려고 했던 대로 맞지 않고 빗나간 공(다마)이 돌아와서 맞는 것을 가리킨다. 친 사람은 멋쩍지만 솔직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상대편은 억울하다. 이 공 하나로 판 전체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다마’를 ‘머리’라는 뜻의 일본어 ‘아다마’로 여겨 ‘뒤통수치다’로 해석하기도 한다.
뒷담화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앞서 본 대로 뒷담화를 대신할 우리말은 많다. 그래서인지 굳이 일본말까지 끌어와 새말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말의 세계에서 그 말을 죽이고 살리는 건 언중이다. 말맛이 다른 만큼 언중이 선택해 활용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입소문’도 재미있다. 소문(所聞)이 있는데도 언중은 ‘입소문’을 입에 올렸다. 말 자체가 겹말인 데다 풀이 또한 동어반복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입에 오르내리며 쓰임새를 인정받은 것이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언제 들어도 그의 목소리엔 정감 있고, 힘이 넘친다. 호소력 짙은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때, 그를 둘러싼 뒷담화도 봄눈 녹듯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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