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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 “조국 지시로 유재수 감찰중단” 백원우 “그런 비상식적인 행위 없었다”

입력 | 2020-10-24 03:00:00

前 청와대민정실 법정 충돌
朴 “감찰 본격화되자 구명운동… 비위혐의 상당히 입증됐던 상태”
白 “3인이 모여 결정한 것 맞다”… 재판부, 조국 공소장 변경 허가



법정서 만난 조국-박형철 2017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이 23일 서울중앙지법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철 전 대통령반부패비서관(오른쪽)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장관의 지시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뉴시스·뉴스1


박형철 전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2017년 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중단은 조국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전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것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하지만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그런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을 내놓았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 박 전 비서관과 백 전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조 전 장관과 함께 청와대에 근무했고 공동 피고인으로 기소됐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상대방의 증인 신분으로 각각 법정에 섰다.

박 전 비서관은 2017년 10월부터 진행된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의 포렌식 작업, 문답조사 등 감찰이 본격화되자 각종 ‘구명운동’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감찰 도중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유 전 부시장을 선처하는 것이 어떠냐” “기다려 봐라. 사표를 곧 낼 거다”라는 말을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이 평소 친하지도 않던 천경득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연락이 와 ‘우리 편과 적은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훈계조의 얘기를 들어 기분 나빠했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감찰 결과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돼 수사 의뢰나 감사원, 금융위원회 이첩 등 향후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조 전 장관이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지시해 감찰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에게 감찰 결과와 조치에 대해 의사는 충분히 말씀드린 상황이었다. 그나마 사표라도 받는다고 하니 ‘불이익은 받는구나’라고 생각해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을 특감반에 알리자 이 전 반장 등이 크게 낙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비서관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백 전 비서관의 증언은 달랐다. 백 전 비서관은 “박 전 비서관을 제외하고 결정을 내릴 조 전 장관이 아니다. 법학자로 존경하는 분이 그런 비상식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과 조 전 장관, 박 전 비서관 등 3인이 모여 상의한 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행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5∼2016년 발생했고, 금품 액수가 1000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정무적으로 고려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왜 공무원이 금품 수수한 것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 이전 정부, 현 정부를 따지냐”고 따졌다. 백 전 비서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로부터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억울해한다. 들여봐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도 했다. 검찰은 “김 지사가 아닌 일반인이 ‘억울해한다’고 하면 들어줄 거냐”고 했다. 백 전 비서관은 “합리적이라면 들어준다. 김 지사의 전화 때문이 아니라 감찰 소문이 퍼지면서 술렁이는 관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A가 안 되면 B로, 또 안 되면 C로 하는 일종의 ‘투망식 기소’”라고 비판했다. 다음 달 3일 열리는 재판에는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