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논란 등이 보여준 비판 거부 권력 시민 아닌 臣民을 원하는 사회가 되고 있나
고기정 경제부장
한국에서 공매도 세력에 대한 인식은 개미들 피눈물 나게 하는 주가조작꾼 수준이다. 코스피가 박스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도 주가가 오를 만하면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공세로 주저앉기를 반복한 때문이다. 내년 3월까지 공매도가 금지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공(空)매도는 말 그대로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없는 것’을 파는 행위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값이 하락하면 그 가격에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다.
광고 로드중
공매도적 순기능이 증시에서만 필요한 건 아니다. 얼마 전 대권주자라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역화폐의 한계를 지적한 조세재정연구원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조사와 문책”을 주장했다. 사실 지역화폐의 문제점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다른 돈으로 쓸 소비를 지역화폐로 대체하면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역 내 소비가 늘어난다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소비 유출이 차단돼 국가 전체 소비 총액이 동일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화폐 발행과 유통에 따른 비용만 더 들 뿐이다.
더욱이 경기도처럼 20만 원을 지역화폐로 충전할 때 5만 원을 공짜로 얹어주면 그 비용은 누가 대나. 이 지사는 지역화폐는 현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며 전선을 슬그머니 확대했지만, 역으로 국책연구기관이 국정과제를 냉정히 평가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나라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사업에 금줄을 쳐놓고 성역으로 모셨던 과거로 돌아간다. 이런 것 지적하라고 전문가로 통칭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정부 주도 뉴딜펀드를 비판한 하나금융투자의 보고서가 삭제된 것도 마찬가지다. 뉴딜펀드로 수익이 날 사업 같으면 그 전에 민간에서 알아서 투자했다. 이 정도 말을 했는데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고서가 삭제된 건 정상적이지 않다. 비판이 싫으면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옳다.
역사학자 헤르만 파이너는 파시스트 국가의 철학을 “시민은 없고 신민(臣民)만 있다”고 요약했다. 지도자나 국가 권력에 대한 어떤 견제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교수나 연구자들이 실명 코멘트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정 권력층은 물론 권력 추종 집단의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라는 반응이다. 견제와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