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손원평 지음/268쪽·1만3500원·문학동네
커피를 홀짝이는 예진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소설 도입부는 간결하고 산뜻하다. 일터에서 떨어진 건물 계단에 걸터앉아 쉬던 그는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영화 후시(後時)녹음업체 직원 도원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금방 감정적인 유대감을 느끼지만 선뜻 가까워지지는 못한다. 예진은 도원에게 마음을 열지만 도원은 티 없이 맑은 예진이 자신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
호계는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다. 재인은 일 호흡이 잘 맞는 호계를 좋게 평가하지만 사실 호계는 냉소적이고 어두운 면이 많다. 그런 그가 오픈 채팅방 정모(정기 모임)를 통해 예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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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연애소설이자 3인칭의 다소 느릿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랑과 이별을 둘러싼 설렘과 아픔이 담백하고 편안한 문체에 녹아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