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는 재야에서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출사(出仕)해서는 관료이자 정치가로 활동했다. 국가 경영의 주축이 되는 인적 자원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선비의 수준이 크게 낮아지고 있으니 명종이 앞날을 걱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훗날 문인이자 서예가로 명성을 날린 양사언(楊士彦·1517∼1584)은 이렇게 답했다. “선비가 융성할 때는 사특(邪慝)한 것이 정의를 어지럽히지 못하고 그른 것이 올바른 것을 흐리게 하지 못하니 소인의 도가 소멸하고 군자의 도가 성대해질 것입니다.” 나라의 핵심 인재가 건강하면 자연히 그 나라도 건강하다. 인재가 능력에 더해 올바름을 추구하고 반성할 줄 알며 지혜와 기개가 있다면, 부정이나 불의는 자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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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나라 고조 유방과 광무제의 시대에는 황제가 직접 인재 육성과 학문 진흥에 관심을 가지고 선비를 우대했고, 자연히 인재가 넘쳐났으며, 그 덕분에 좋은 정책이 나오고 정치도 안정되면서 국가가 번영했다는 것이 양사언의 말이었다. 두 중국 황제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각 조직에도 시사점을 준다. 리더가 인재를 극진하게 예우하고, 인재가 리더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뜻을 밝히는 조직에 좋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교훈이다. 이에 반해 인재를 소모품으로 여기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쳐버리는 조직에는 좋은 인재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인재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조직의 성패까지 좌우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임금이 이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다. 그래서 양사언은 몇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원칙을 가지고 인재를 이끌어야 한다. 인재를 무조건 잘 대우해준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서 대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인재도 리더를 신뢰할 것이다.
둘째, 좋고 싫어하는 것을 아랫사람에게 내보여서는 안 된다. 윗사람이 특정한 것을 좋아하거나 선호하면 아랫사람도 이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아부하기 위해, 혹은 눈치 보느라 다른 선택지를 고르지 못한다. 아랫사람의 속마음, 솔직한 생각을 듣기 위해서라도 리더는 자신의 호오(好惡)를 먼저 드러내서는 안 된다.
셋째, 임금에게도 엄한 스승이 있어야 한다. 군주가 스승을 깍듯이 모시고 가르침을 따르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스승을 존경하고 배움에 힘쓰게 된다. 이 말은 임금이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임금을 긴장시키고, 적절하면서도 깊이 있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임금이 적어도 잘못된 방향으로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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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03호에 실린 ‘내 잘못에 직언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akademie@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