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국 확산]밀집지역 통제 한강공원 가보니
8일 오후 10시경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공터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한강공원 내 밀집지역을 부분 통제했지만, 통제구역이 아닌 공터와 벤치 등에는 시민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8일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출입통제 팻말이 붙은 잔디밭을 둘러보던 A 씨(22)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대학 동기 3명과 함께 ‘술자리’를 찾아왔다는 그는 “지난 주말에도 사람이 많아 좋은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평일인데 이 정도면 이번 주말도 엄청 붐빌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에서 재확산되며 방역당국은 ‘제2의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를 귀담아듣지 않는 시민들은 여전히 적지 않았다. 일반주점이 오후 9시부터 영업을 중지하자 야외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이들이 늘어났다.
서울시는 8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뚝섬, 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의 밀집지역 출입을 통제했다. 주말인 5, 6일 한강공원을 찾은 이용객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8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여의도한강공원 등을 돌아봤더니 통제구역 바깥으로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산책을 나왔던 B 씨(29·여)는 “잔디밭이 막혀 오히려 사람들이 더 좁은 공간에 몰려 앉은 듯하다”고 했다.
지난 주말 사람들이 몰려 논란이 됐던 여의도공원 잔디밭 ‘멀티프라자’와 ‘계절광장’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하지만 오후 9시부터 1시간동안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주변에서 술을 마셨다. 이들 중 45명만 음식을 먹은 뒤 바로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이었다.
한강공원은 현재 매점과 카페 등도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종료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공원 내 ‘배달존’으로 주문해 술자리를 이어갔다.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유람선 선착장의 편의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선착장 편의점은 민간에서 운영해 영업 자제 권고만 해왔다. 9일부터는 해당 편의점도 오후 9시 이후 영업 종료에 동참한다”고 했다.
대학 캠퍼스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다니는 C 씨(24)는 “어두워지는 오후 8시부터 기숙사 통행금지 시간인 오전 2시까지 곳곳에서 ‘술 파티’가 벌어진다”며 “‘술 게임’을 하는 소리가 늦은 밤까지 기숙사 건물에 울려 퍼질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몇몇 대학의 익명게시판에는 ‘시국을 생각해 자제하자’는 글도 올라왔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다고 한다.
송영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운영부장은 “공원 잔디밭을 통제한 것은 거리 두기 강화 기간 동안 한강공원을 가급적 찾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통제 전과 이용객 수가 비슷하면 더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밀집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전채은 기자 / 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