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까지 해전의 주역은 거포를 장착한 전함이었다. 항공모함도 한 발에 침몰시킬 수 있다고 여겨지던 전함은 막상 전쟁이 벌어지자 뒷전으로 물러섰고, 해전보다는 상륙작전을 지원하고 해안 교두보의 아군을 보호하는 해상 포대로 더 많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태평양에서 승부를 겨뤄야 했던 미군과 일본군에 항모는 절대 전력이었다. 유럽 대륙에서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유럽에서도 하늘에서의 전투는 치열했고, 매일같이 연합군과 추축국의 폭격기들이 상대방의 도시와 전략거점을 폭격했다.
광고 로드중
그렇다고 대서양 전투에서 항모와 항공기가 소용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보트의 최대 위협은 항공기였다. 유보트는 미국과 영국의 중간, 즉 항속거리의 한계로 양쪽에서 출격한 항공기들이 더 이상 날아올 수 없는 중간의 공백지대에서 활약했다. 그러자 연합군은 수송선을 개조한 경항모를 투입했다. 독일도 충분한 항모전단을 보유했더라면 대서양에서도 태평양과 같은 항모대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전쟁사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가 절대 병기, 최첨단 무기에 대한 환상이다. 무기의 단가, 제원표가 전장에서의 우위를 보장하지 못한다. 각국의 지형과 전략적 상황, 전쟁의 목표에 적합한 무기가 최고의 병기이다. 전쟁은 국가를 한 번에 패망시킬 수도 있다. 고로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냉정해야 한다. 허세는 패망의 지름길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