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도 스웨덴식 집단면역 도입?…WP “트럼프 새 보건 고문이 주도”

입력 | 2020-09-01 14:32: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으로 스웨덴식 집단면역 전략을 도입하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집단면역을 형성하기까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희생될 수 있어 백악관 내부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보건 고문으로 영입한 스콧 아틀라스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신경 방사선학 박사의 조언하에 스웨덴이 시도했던 집단면역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단면역은 일정 비율 이상의 인구가 면역력을 갖게 돼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WP는 익명의 백악관 관료들을 인용해 “아틀라스는 거의 매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팬데믹 대응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하루빨리 경제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옹호하며 집단면역 달성 시 경제 재개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들은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통제를 완화해 젊은층이 면역력을 키우게 하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틀라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백악관 관료들에게 집단면역에 대한 언급을 수차례 했고 데버라 벅스 미 백악관 코로나19태스크포스(TF) 조정관에게는 ‘뉴욕과 뉴저지가 집단면역을 달성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매우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덕분에 저위험군은 일터와 학교로 돌아갈 수 있고 더 많은 주(州)들이 봉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집단면역 실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집단면역 검토 움직임에 백악관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인구가 코로나19에 감염돼야 집단면역을 달성할 만큼의 항체를 형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할 사망자들도 수백만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집단면역 전략을 밀고나가면 트럼프 행정부는 매우 심각한 장애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 중 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WP는 3억2800만 명의 미국 인구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인구의 65%가 코로나19에 감염돼야 하고 바이러스 치사율이 1%라고 가정했을 때 약 213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고 분석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집단면역에 의존한 스웨덴은 세계 최고 코로나19 사망률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WP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춰 발탁한 인사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벅스 조정관 등 기존의 보건 전문가들과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의견 대립을 빚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아틀라스의 한 인터뷰를 보고 고문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아틀라스는 폭스뉴스에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며 등교 재개 필요성도 꾸준히 언급해 왔다. 그는 스스로를 ‘안티 파우치’라고 지칭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