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어 촬영… 액션은 첫 도전 자연광 활용해 공간 분리하고 인물 입체감 위해 직접 조명 들어 창밖 노을은 예상 못한 ‘약간의 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경표 촬영감독
5일 개봉한 다만악이 24일 현재 410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흥행 1위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데는 홍 감독의 덕이 크다. 딸을 구하려는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의 절박함, 형을 살해한 인남을 쫓는 살인마 레이(이정재)의 살기(殺氣), 인남의 조력자이자 트랜스젠더 유이(박정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홍 감독은 그의 앵글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설국열차’ ‘곡성’ ‘버닝’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을 숱하게 촬영한 홍 감독에게서 다만악 촬영 퍼즐의 4가지 핵심 조각을 들었다.
딸 유민을 납치한 레이의 차량을 뒤쫓는 인남(황정민) 위로 내리쬐는 햇살. 추격 액션이 펼쳐지는 방콕에서는 오렌지 빛 강렬한 태양을 표현하고자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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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빛과 어둠=다만악 흥행의 주된 요인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다. 주인공 인남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고독한 남성’이다. ‘아저씨’ ‘테이큰’ 등 기존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했던 캐릭터지만 홍 감독은 빛을 활용해 캐릭터의 기시감을 지우려 했다.
“인남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강한 빛, 또는 어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카메라 앵글은 평범하지만 빛을 어둡게 하거나 밝게 해 관객이 인물에 스며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인남의 첫 등장 신에서도 인남의 얼굴을 어둠 속에 두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빛이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빛을 내가 직접 조사(照射)했다.”
③클로즈업과 로(low) 앵글=인물의 감정을 담기 위해 클로즈업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레이의 형 뒤에서 목을 조르며 “시즈카니(조용히 해)”를 읊조리는 인남, 주검이 된 형의 모습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레이, 방콕 클럽 무대 위 눈을 감은 채 립싱크를 하는 유이. 세 캐릭터의 강렬한 첫 등장 신 모두 클로즈업으로 촬영됐다.
“세 배우의 첫 등장을 모두 클로즈업으로 잡아 깊은 인상을 주려고 했다. 특히 레이가 살인을 벌이는 방콕 차고지 액션신은 클로즈업을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차고지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살기 어린 눈빛을 담고자 했다. 그 자체만으로 레이의 강렬함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레이는 클로즈업에 더해 극단적인 로 앵글도 많이 활용했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클로즈업을 가장 신경 쓴 레이(이정재)의 방콕 차고지 액션 장면. 맹수처럼 테이블에서 뛰어내려 살육을 벌이는 레이의 얼굴을 로 앵글로 담았다(위 사진). 인남이 전 직장 상사 춘성과 인천항의 식당에서 마주한 장면. 창밖 노을 색은 날씨가 도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④약간의 운=홍 감독은 다만악을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이 다름 아닌 운이라고 전했다. 인남이 전 직장 선배 춘성(송영창)과 인천항의 식당에서 마주 앉았을 때 인남 뒤로 붉은 노을이 지는 장면은 고독한 인남의 심리와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꼽힌다. 관객들은 ‘색 보정이 분명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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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