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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Monday DBR]

입력 | 2020-08-24 03:00:00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기기의 활용 시간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을 때 느끼는 공포를 의미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두뇌 활동 능력이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 같은 증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과도한 디지털 노출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진 탓이다.

이를 치유하는 의미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는 ‘디지털 디톡스’가 관심을 끈다. 비즈니스에서도 디지털 디톡스와 관련한 상품이나 서비스들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명상 앱처럼 건강과 직접 관련된 서비스도 인기지만, 기존 서비스에 디지털 디톡스를 아이디어로 결합한 상품도 돋보인다.

미국의 몇몇 카페나 호텔은 스마트폰을 안 쓰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해 디지털 기기에 지친 소비자들이 오롯이 그 자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일례로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해 3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라콜롬브 커피는 일부러 매장 내에 인터넷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방문객들이 지금 이 순간 마시고 있는 커피, 함께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스턴의 최고급 호텔인 만다린오리엔탈은 스파 프로그램 중 하나로 ‘디바이스 프리 웰니스 리트릿’ 패키지를 판매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체크인할 때 스마트폰을 맡겨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4시간 20분 동안 디지털 접촉을 의도적으로 없앤 것이다. 고객은 요가, 필라테스, 마사지, 점심식사로 이어지는 코스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트리본즈 리조트도 글램핑(고급 캠핑) 시설로 유명한데, 일부러 인터넷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곳은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은데, 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해 와이파이가 없는 환경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한다. 인터넷의 방해 없이 가족 간의 대화와 교감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 사례들은 디지털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의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디지털 디톡스를 돕는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개인 위생용품 업체 핀치 프로비전(Pinch Provisions)은 ‘디지털 디톡스 키트’를 판매한다. 스마트폰 없이 평화롭게 지내는데 필요한 필수품 8가지를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미니 알람시계, 눈가리개, 놀이용 주사위, 귀마개, 스마트폰을 넣어두는 슬리브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첨단 스마트폰 대신 간단하게 통화 기능과 문자메시지, 알람시계 등 최소 필요 기능만 담은 라이트 폰(Light Phone), 일명 ‘바보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전화기를 만드는 기업 ‘라이트’는 2014년 창업했는데 그동안 1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할 정도로 미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물론 디지털 디톡스 관련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이와 관련해 더 많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평균 50번 이상 스마트폰을 체크하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중독은 모두의 문제이자 비즈니스의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로 비대면 업무 환경까지 가속화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디지털 디톡스의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등 IT 업계 거물들도 어린 자녀들에게는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기술 중독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디지털 없이 지낼 수 있는지, 디지털 중독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잠깐 스마트폰을 꺼두고 산책이나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산책 중 디지털 디톡스에 관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책도 ‘아하!’ 하는 탄성과 함께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02호(8월 1일자) ‘잠시 스마트폰 꺼두고 산책해보세요’를 요약한 것 입니다.

황지영 그린즈버러 노스캐롤라이나대(UNCG) 마케팅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