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토토의 천국
이정향 영화감독
외롭게 살아가던 중년의 토토는 자신의 누나와 흡사한 분위기의 여인을 발견한다.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알프레드의 아내였다. 자신의 운명에 구역질을 느낀 토토는 멀리 떠나버린다. 수십 년 후 토토는 대기업 사장인 알프레드가 파산했고, 암살의 위협을 받는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평생의 원수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자 찾아간다. 알프레드는 아내가 토토를 사랑해서 자기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토토를 원망하기는커녕,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평범한 가정의 토토가 자유로워 보여 부러웠다고 고백한다. 토토는 뒤늦게 깨닫는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화목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자기를 사랑해준 여인까지 있었던 자신은 행운아인데 왜 계속 운명을 탓하며 살았을까. 토토는 속죄의 행위처럼 알프레드로 위장해 암살범의 총에 맞으며 생을 마친다. 한낱 가루로 남겨진 토토는 허공에 뿌려지며 유쾌하게 껄껄댄다. 이승에서의 삶은 행복한 시간이니 딴짓 말고 즐기라는 듯.
자신이 가진 것을 폄하할수록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스스로를 사랑하면 남과 비교할 일이 없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불행해하고, 남들도 불행해지기를 바란다. ‘내가 공부를 못하니 너도 잘하면 안 돼. 내가 돈을 못 버니 너도 가난해야 해. 내가 불행하니까 너도 행복해지지 마.’ 나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얻은 성과는 질투와 모함의 대상일 뿐이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친구를 경쟁 상대로만 여기느라 서로의 개성과 장점을 알아보는 눈을 키우지 못한 이 땅의 어른들이 어린아이처럼 질투하고 헐뜯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며 평등이란 명분으로 상향이 아닌 하향 평준화를 추구하는 사회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나 빼고 남들이 잘사는 꼴을 보느니 다 같이 망하는 쪽을 선호하는 사회. 잔인한 우화가 떠오른다. 신이 “너의 소원을 무엇이든 들어주마. 하지만 네 원수에게는 그 두 배를 줄 것이다”라고 하자 그가 말했다. “저의 한쪽 눈을 멀게 해주세요.”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