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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 빈민가의 주민 57%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 조치가 열악한 빈민가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오히려 세계 최초로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는 ‘코로나 아이러니’가 일어난 셈이다.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뭄바이 소재 타타기초연구소와 시 당국은 이달 다히사르, 쳄부르, 마퉁가 등 뭄바이 근교의 대표적 빈민가 3곳에서 무작위로 6936명의 혈청을 조사한 결과 주민들의 57%에게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집단면역은 지역 주민 대다수가 면역력이 생겨 바이러스가 더이상 확산하지 않는 상태를 이른다. 통상 특정 지역에서 주민의 60% 이상 항체를 보유했을 때 집단면역이 작동한다고 보는데 뭄바이 빈민가가 이에 근접한 것.
뭄바이 빈민가의 항체 보유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감염이 폭증하던 4월 미국 뉴욕의 항체 보유율은 21.2%였고, 5월 집단면역을 방역 대책으로 내세웠던 스웨덴 스톡홀름이 14% 수준이었다. 실제로 인도 전반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조사 지역에서는 4월 폭발적인 발병 이후 최근 몇 주간 증가세가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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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이날 월드오미터 기준 누적확진자 158만7982명, 사망자 3만5035명으로 미국, 브라질에 이어 3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다음달부터 야간 통행금지 해제, 체육관 운영 재개 등의 봉쇄 완화 3단계에 들어간다고 밝혀 감염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9일 코로나19 관련해 의도적으로 집단면역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집단면역을 목표로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선 질병통제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라며 “현재 코로나19로 벌어지는 참상을 볼 때 매우 무책임하고 용납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집단면역을 달성하기까지 피해가 막대하고, 향후 전개 방향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