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대박물관 제공
클로디옹병은 깊고 신비로운 코발트색과 붓 자국이 아지랑이처럼 남아있는 명품이다. 금속 산화물 대다수가 1000도에서 분해 되기에 푸른색을 내려면 최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클로디옹병의 푸른색을 ‘세브르 블루’라고도 부른다. 손잡이와 외곽에는 금테두리가 둘러져있다.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선보이는 ‘신(新) 왕실도자전’을 준비하던 국립고궁박물관 학예팀은 클로디옹병의 소재를 사진으로 추적했다. 1918년에는 대한제국 황실 가족사진에서 모습이 확인했다. 그런데 1950년대에는 일본 도쿄 영친왕 저택 사진에서 클로디옹병이 발견됐다. 영친왕의 아카사카 저택이 1930년 완공되면서 석조전 가구 일부가 넘어갔는데, 이 때 클로디옹병도 함께 간 것으로 학예팀은 추측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곽희원 연구사는 “일본에서 클로디옹병을 직접 봤을 땐 소름이 돋았지만, 이내 도자기에 담긴 근대 조선 왕실의 슬픈 역사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프린스호텔 구관인 영친왕 저택은 철거 위기에도 놓였으나, 호텔 측이 마음을 바꿔 다행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클로디옹병은 국내로 돌아올 수 있을까? 현재 사기업인 세이부그룹이 소유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 후 일본 황족의 재산이 몰수될 때 황족 일원이었던 영친왕 저택도 부동산 업자에게 넘어갔다. 학예팀은 작품 대여 협의도 진행했지만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았다. 곽 연구사는 “우선은 해외 소재 문화재를 확인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