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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인사이드] NC의 데이터는 숫자보다 사람의 힘을 강조한다!

입력 | 2020-07-03 10:30:00

NC는 올 시즌에 앞서 선수단 전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했다. 자신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하도록 만든 배려다. 라커룸에서 NC의 데이터 프로그램 디-라커를 보고 있는 이상호.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야구가 숫자대로만 흘러간다고? 그건 오락이지.”

야구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면 일반적으로 데이터 혁명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른바 ‘올드 스쿨’ 지도자의 목소리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NC 다이노스 데이터 팀은 입버릇처럼 “숫자는 숫자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반대로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은 지도자 초년병 때만 해도 올드 스쿨일 것이라는 편견에 휩싸였던 이호준 타격코치(44)와 손민한 투수코치(45)다. 선수에게 타격과 투구 기술을 설명할 때 숫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NC는 창단 초기부터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접목했다. 1군 진입 전인 2011년부터 엔씨소프트 데이터정보센터에 ‘야구 데이터 팀’을 만들어 야구단 초기 설계를 도왔다. 트랙맨, 랩소도 등 각종 첨단장비를 가장 공격적으로 도입한 팀이기도 하다.

올해는 더 많은 에너지와 자본을 투자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120명 전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했다. 구단의 정보 시스템인 ‘D라커’에 접속하면 자신의 타구 또는 투구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감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좋았을 때의 데이터나 영상과 비교해 교정작업을 거친다.

NC 데이터 팀의 대원칙은 뚜렷하다. 숫자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표본을 쌓아갈 뿐 결코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조언하지 않는다. 기술적 부분은 현장 지도자의 영역이며, 이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공은 현장 지도자에게 넘어갔다. 파트별 코치들은 숫자에 대한 연구와 학습을 통해 선수들에게 적용시킬 방법을 찾는다. 현장 코치들은 데이터 팀 직원, 전력분석원들과 매일 같이 소통하며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이동욱 감독도 “현장과 데이터 팀의 소통이 잘 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슬럼프에 빠졌던 한 베테랑 타자가 답답해 이 코치를 찾아갔을 때, 이 코치는 풀스윙과 가볍게 치는 2가지를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강하게 배트를 돌렸을 때 강한 타구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선수의 경우 가벼운 스윙으로 만들었을 때 타구질이 훨씬 좋았다. 이 코치는 누적 데이터를 통해 이미 이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선수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선수 스스로 납득하는 변화가 아니라면 공염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오히려 우리는 숫자로 보여주는 게 훨씬 편하다”며 숫자를 활용한 소통, 그리고 그 기저의 신뢰가 만드는 대화의 힘을 소개했다.

‘밸런스가 안 좋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인들은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비야구인들은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이 밸런스는 이제 숫자로 나타난다. 다만 숫자가 정답이라고 생각해 그것만 강조하다가 실패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숫자가 야구를 바꾸려면 그 안의 믿음이 선결과제다. NC의 데이터 팀이 강한 이유는 숫자가 아닌 사람 때문이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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