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자택서 요양원까지 美 45세 마라토너, 7일 걸려 완주 도착후 영상통화로 인사 대신 할머니 ‘사랑한다’ 창문에 현수막
미국 마라토너 코리 카펠로니(오른쪽·얼굴 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할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7일간 약 350km를 달려 화제를 모았다. 그가 도착하기 직전 완치 판정을 받은 할머니는 거주하는 요양원 4층에서 ‘사랑한다 코리’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손자를 맞았다. 러너스월드 제공
25일(현지 시간) 미 ABC방송 등에 따르면 곧 99세 생일을 앞둔 카펠로니의 할머니 루스 안드레스 씨는 이달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한 요양원에 있는 안드레스 씨는 고열이 심해 한때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산소호흡기까지 착용했다.
카펠로니는 “가족들도 병문안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계신 할머니가 점점 더 두려움에 빠지고 있음을 느꼈다. 손자로서 할머니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특히 그의 여자친구가 “할머니를 위해 뛰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할머니를 위한 마라톤’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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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낸 카펠로니는 다음 날 할머니가 있는 요양원에 도착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할머니의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영상 통화로 인사를 대신했다. 할머니는 요양원의 4층 방 창문에 “사랑한다 코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카펠로니 역시 휴대전화와 확성기를 들고 “할머니는 강한 분이에요.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어요”라고 화답했다.
카펠로니는 취재진에게 “그간 달린 어떤 마라톤보다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다. 내 달리기 인생의 하이라이트”란 소감을 밝혔다. 유년 시절을 스크랜턴에서 보낸 그는 “할머니는 내 두 번째 어머니와 같다. 언제나 내가 성공할 것이라 말해주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