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중증환자 위해 개발 게임장비 제조사-방산기업서도 신개념 인공호흡기 개발 나서
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일 때 의료진을 위해 인공호흡기를 자체 개발했다. NASA 제공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병원은 물론 의료기기 업체들까지 당황하는 사이 비의료 분야에서 활동하던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조용히 기술 혁명을 이끌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크고 작은 연구기관과 기업의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인공호흡기를 단기간에 세상에 내놓고 있다. 인류 전체 당면 과제로 떠오른 감염병을 극복할 공학의 연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인공호흡기는 호흡이 곤란한 환자 폐에 산소를 넣고 이산화탄소를 빼내는 의료장비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오염이 없어야 하고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중증 환자가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는지 감지하는 센서와 호흡률을 측정하는 장치도 들어간다. 이 모든 과정을 며칠이고 고장 없이 수행하는 견고함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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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브레이크 페달을 제작하는 댄무어사는 흔히 ‘암부백’이라고 불리는 풍선처럼 생긴 환기보조장비를 압축해 공기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인공호흡기를 개발해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까지 받았다. 민간 우주기업 버진오빗도 우주선 개발 엔지니어를 긴급 투입해 3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개발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버진오빗은 인공호흡기에 들어가는 모터 등 기본 부품 하나하나를 새로 개발하는 대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동차용 와이퍼 부품을 활용하는 식으로 ‘뚝딱’ 개발을 마쳤다.
연구기관과 대학도 나섰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은 커피를 마시며 코로나19 걱정을 하다가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불과 5일 만에 저렴하고 성능 좋은 인공호흡기 시제품을 완성했다. 미국 미네소타대는 의료장비기업 보스턴 사이언티픽과 함께 1개에 1000달러(약 110만 원)에 불과한 값싸고 간단한 인공호흡기를 개발했다. 영국은 공학 기술을 확보한 대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유럽의 항공우주기업인 에어버스와 자동차기업 롤스로이스는 3월 의료기기 제조기업 펜론을 도와 인공호흡기를 대량 생산해 정부에 공급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