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외국어대에서 42명의 정책평가단에 의한 제10대 총장 선거가 열리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8일 오후 2시경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 만오오디토리엄에 교수, 교직원, 학생 등 수십 명이 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었다. 먼저 하병주 아랍지역학과 교수가 강단에 올라 이력과 자신이 생각하는 대학 발전 방안 등을 발표했다. 20분간의 발표 뒤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잦은 학제 개편으로 인한 학생 피해, 산학교수의 역할과 정체성, 직종 전환 제도의 문제점 등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부산외대가 총장을 뽑는 과정에 민주적 선거 절차를 도입했다. 개교 38년 만에 처음이다. 그간 재단이 가장 적합한 인물을 리더로 택했지만 이번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대학 구성원이 모두 투표권을 가진 건 아니었다. 간접선거 형태로 교수 30명, 교직원 5명, 학생 5명, 재단 관계자 2명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이 구성됐다. 교직원 중에는 노조위원장, 학생 중에도 총학생회장이 미리 포함됐고 나머지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했다. 이들은 각 후보의 공약을 꼼꼼하게 살핀 뒤 강당 한편에 마련된 기표소에 들어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 결과 이재혁, 김원, 김홍구 교수가 최종 총장 후보자로 확정됐다. 경쟁은 치열했다. 김홍구 교수와 하병주 교수는 1차 투표 때 득표수가 같았다. 이에 재투표를 했지만 마찬가지였고 한 번 더 투표를 했다. 3차 투표에서 기권표가 나와 승부가 갈렸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재단에서 후보자 3명에 대해 다각도로 검증한 뒤 이달 내 1명을 총장으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외대는 1982년 개교 이래 2018년 제9대 총장까지 학교법인인 성지학원 재단이 총장을 선임해왔다. 민주적 선거 절차를 바라는 구성원의 바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구성원의 요구를 묵살하고 기습 선임돼 논란이 된 9대 총장이 학생 장학금 관련 비리 의혹에 휩싸여 중도 하차하자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대학노조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에 재단은 이러한 절차를 수용하기로 했다. 선거는 당초 3월에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다. 새 총장 임기는 다음 달부터 4년이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