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주범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가 2018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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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가 “지금의 정부가 적폐청산을 앞세워 하는 일들과 각 기관장 임명·정책 등을 보면 그들이야말로 국정농단과 다름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5일 출간된 옥중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에서 “오히려 지금 자신들이 하는 일이 더욱 심각하고 위험한 직권남용이고 불법이 아닌지 돌아봤으면 싶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를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자들의 행위이자 정치공작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조사에서 회유와 압박이 있었고 변호사를 참관하지 못하게 하는 등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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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검찰에 대해 “이 나라에서 보수를 없애려는 것일까. 그래서 보수를 대표하는 박 대통령을 없애고 국민들 뇌리에서 지워버리려는 속셈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심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태도는 정말 오만하고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었다.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하다 보니 위압적인 태도가 누구에게나 통하고 의기양양하여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은 그래서 더 이상 재판정에 못 나오셨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국정농단의 주범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가 복역 중 직접 쓴 옥중기 ‘나는 누구인가’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서점에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7일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로 불에 덴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을 겪고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형집행정지를 불허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지속해서 통증을 호소하자 서울구치소는 수술과 치료를 위해 외부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최 씨는 자신의 책에서 “‘칼에 베인 듯, 불에 덴 듯 고통이 심하다’는 말은 그분이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라며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속으로 감내했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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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에 대해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래 앉아있는 것도 불편한 분에게 너무 지나치다”며 “무슨 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보다 더 심한 대우를 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최 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오는 11일 내려진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