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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사노피 잇단 ‘좌충우돌’ 행보… 세계적 제약기업 명성 ‘흔들’

입력 | 2020-05-18 18:09:00

허드슨 CEO “코로나 백신, 미국 우선 공급” 언급
프랑스·유럽 전역 ‘발칵’… 총리·장관 나서 경고
사노피 측 진화… “모든 사람에게 혜택 돌아갈 것”
고수익 신약 개발 중심 기조 변화에 한미약품 ‘뒤통수’
임상 중인 환자 방치 우려 불구 권리 반환 통보
한미약품 측 “명성에 걸맞은 결정과 판단 기대한다”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가 작년 말 부임한 신임 CEO 폴 허드슨 사장으로부터 시작된 구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노피는 최근 한국 제약업체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당뇨신약을 임상 도중 반환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을 일으킨 프랑스 소재 세계적인 제약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은 폴 허드슨 사노피 사장의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로 발칵 뒤집혔다. 허드슨 사장이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사노피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총리와 장관이 나서 사노피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유럽연합(EU)은 백신의 공평한 사용을 주장하는 논평을 통해 사노피를 압박했다. 아네스 파티에 뤼나셰 프랑스 재정경제부 국무장관은 현지 라디오에서 “금전적 이유를 근거로 특정 국가에 백신 제공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사노피의 ‘미국 우선 공급’ 언급에 분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노피 경영진을 불러들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세계적인 제약업체로 성장한 사노피는 그동안 프랑스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명목의 각종 지원이 있었다는 점에서 프랑스 국민들은 배신감까지 느끼는 분위기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비난이 거세지자 사노피 측은 진화에 나섰다. 올리비에 보질로 사노피 프랑스법인장은 방송에 나와 “사노피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드슨 CEO도 본인이 언급한 미국 우선 공급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점잖기로 소문났던 사노피가 구설에 오르내리는 건 예상됐던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작년 허드슨 사장 취임 이후 사노피 회사 기조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의사 출신 연구원들이 사노피를 이끌면서 글로벌 임상에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지 않았던 전통과 달리 허드슨 사장 취임 직후부터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기조 변화가 감지됐다. 취임 시기와 맞물려 500여명 규모 연구조직 일부가 해체됐고 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폴 허드슨 사노피 CEO

작년 말 허드슨 사장이 직접 발표한 사노피 R&D 개편안은 그동안 주력해 온 당뇨 치료제 등 분야를 접고 항암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사노피의 R&D 기조 변화는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로도 나타났다. 최근 사노피는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은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 반환 의사를 통보한 것.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임상 3상에 참여 중인 환자 수가 50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기술을 이전 받은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약물의 지속 개발 여부를 판단할 때는 임상을 종료한 뒤 객관적 평가와 분석을 근거로 결정한다. 반면 이번 사노피의 결정은 환자가 걸린 임상을 그대로 두고 권리 반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윤리적·도의적으로 책임 있는 제약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노피와 한미약품 양측 모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약물 유효성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고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말을 아끼면서도 “사노피가 회사 명성에 걸맞은 결정과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노피의 행보를 두고 국내 의료진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내과 전문의는 “사노피는 란투스 등 당뇨치료제를 전 세계에서 판매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대표적인 당뇨 전문 제약기업인데 향후 해당 분야 발전을 위한 투자를 멈추겠다고 한 결정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