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도록 의학 연구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3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경남 진주시의 70대 서점 대표가 이 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자신의 뇌를 활용하라며 사후(死後) 기증을 약속했다.
8일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진주에서 60년 가까이 ‘소문난 서점’을 운영 중인 이무웅 씨(77·사진)는 지난달 24일 사후 뇌기증을 위한 등록절차를 마쳤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처음 이 병원을 찾아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수차례 검사를 받아왔다.
이 씨는 마비 증상으로 옷을 입고 씻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다. 영원한 동반자인 부인 유미순 씨(72)의 지극정성이 아니면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정도다. 장성해 출가한 두 아들 가족도 자주 아버지를 찾는다.
그는 “처음에는 현대 의학에 기대를 걸고 열심히 운동하며 노력했지만, 완치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사후 뇌 기증을 결심했다. 치료약이 개발돼 이후엔 이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상대병원 측은 뇌은행이 없어 부산대병원을 연결해 줬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사천읍에서 책을 팔아온 이 씨는 1969년 진주로 옮겨 지금까지 서점을 열고 있다. 장서만도 60만 권이 넘는다. 고서적도 많다. 불편한 몸에도 최근까지 수필을 쓰고 틈나는 대로 책을 수집한다.
이 씨는 “알아보니 체질마다 파킨슨병의 진행 속도가 달라 되도록 많은 사람의 뇌를 연구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동참하는 분들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