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위력 충분히 입증 앞으로 복지의 끝판왕 ‘기본소득’ 부각될 것
김광현 논설위원
코로나19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모두 빨아들인 블랙홀이었다. 마지막에 튀어나와 선거판을 흔든 이슈는 긴급재난지원금 하나였다. 그리고 그 위력은 대단했다. 그 나름 정치에 일가견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여당이 이렇게까지 압승할 선거는 아니었는데 막판 전 국민 가구당 100만 원 현찰 지급의 힘이 컸다고 한다. 여야가 다 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나라 곳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여당의 약속과 입밖에 없는 야당의 약속은 실현 가능성에서 현저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음번 큰 선거인 대선의 이슈는 뭐가 될까. 경제를 보면 지금의 위기상황이 당장은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바람에 누웠던 풀이 바람이 그치면 다시 일어나듯 머지않아 반등하리라고 본다. 다만 큰 추세는 저성장이 뉴노멀로 굳어지는 흐름일 것이다. 코로나19나 세월호 참사 같은 초대형 사건 사고가 없다면 다음 대선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분명히 복지가 될 것으로 본다. 그중에서도 ‘기본소득’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벌써 일부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솔솔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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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설계하기에 따라 다양한 실체를 가질 수 있다. 사회주의자에서 시장경제주의자까지 모두 내걸 수 있는 구호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총선 막바지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결코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또 다른 교훈은 선거 앞에서 경제가 얼마나 무기력할 수 있는가였다. 여권에서 재정건전성 주장은 철없는 소리로 치부된 지 오래다. ‘생산적’ ‘증세 없는’ 이런 관용구를 복지 앞에 붙이는 것조차 이제는 구차하게 여기는 것 같다. 복지 확대는 그 자체로 필수이고, 재원이 필요하면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만큼 대담해졌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 대방출로 국가 부채의 한도에 대한 한계선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나라 곳간을 지키려던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저항은 표 계산 앞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다음번 선거 기간 누가 경제부총리에 앉아 있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 지금은 여야 없이 포퓰리즘으로 치달을 게 뻔한데 변변한 수비수 하나 없는 형국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은 경제학 교과서에 늘 나오는 말이다. 물리학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쯤 되는 기본 원칙이다. 기본소득이든 뭐든 정부가 뿌려대는 돈 자루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 한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일 것이다. 빚을 끌어다 쓴다면 그 대가를 언젠가는, 누군가는 반드시 치르게 돼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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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