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 한국영화 흥행돌풍 기대 부산행 속편 좀비 이야기 ‘반도’… 안중근 의사 삶 그린 ‘영웅’ 등 7월말 8월초 공략 개봉 움직임 “할리우드 영화 개봉 연기로 한국영화 성적 예측 어려워”
2016년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부산행’의 후속작 ‘반도’.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은 이들과 좀비의 사투를 그렸다. NEW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 초부터 위기를 맞은 영화시장에 7월 말∼8월 초 연중 최대 대목을 앞두고 한국영화의 개봉 움직임이 조심스레 일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돼 생활방역 체제로 돌입했고 부처님오신날(지난달 30일)에서 어린이날로 이어진 황금연휴로 영화 관객이 소폭 늘어났다. 긍정적인 신호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올여름 개봉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부산행’(2016년)의 속편으로 그 4년 뒤 폐허가 된 땅에 남은 사람들이 좀비와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1차 예고 영상에서 폐허 속 좀비들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부산행 덕에 생긴 외국 팬들은 이 예고 영상에 반응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띄우는 등 벌써부터 관심을 보였다.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2014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웅’은 한국 최초 뮤지컬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도 뜨거운 태양 아래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그렸다.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SF물로 화제를 모은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도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7, 8월 개봉작은 제작비를 대거 투입한 한국 블록버스터가 주도했다. ‘신과 함께2’(2018년), ‘택시운전사’(2017년), ‘부산행’(2016년), ‘암살’(2015년) 같은 1000만 관객 영화가 이 시기에 나왔다.
영화 ‘뮬란’은 개봉을 7월로 옮겨 한국영화 기대작들과 맞붙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여름 영화시장의 다양한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배급사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공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올해는 ‘기생충’의 성과에 국내 유명 감독들의 신작 개봉으로 기대가 컸다. 그만큼 할리우드 영화 공백기에 한국영화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 배급사 관계자는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던 할리우드 영화가 사라진 점은 영화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영화시장의 악재로 꼽혔던 8월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과 유럽 미국의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급 학교가 5월에야 개학하면서 여름방학이 짧아진 점은 여름 영화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여러 변수로 시장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개봉 일정 및 마케팅 전략 결정 등 기존의 ‘배급’ 개념이 완전히 무너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