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7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힌바 있다. 2020.4.29/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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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나란히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여행·숙박업계와 면세업계가 5월 ‘황금연휴’를 거치면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행·숙박업계는 연휴를 맞아 고꾸라졌던 여행·숙박 수요가 최대 1000% 넘게 오르면서 ‘특수’를 누렸다. 3월까지 10%대를 밑돌던 호텔 객실 예약률은 최대 90%까지 치솟았다. 국내 수요는 물론 해외여행 수요까지 뭉텅이째 끌어안은 덕이다.
반면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연휴 직전 면세품의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실제 판매 준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탓에 ‘황금연휴 특수’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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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국내 여행·숙박 수요가 3월 대비 최대 1133% 급증했다. G마켓·옥션의 4월1~26일 국내 숙박 상품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호텔·레지던스 판매량은 65%, 독채로 쓸 수 있는 펜션 판매량은 무려 98% 급등했다.
지역별로는 경주의 여행·숙박 수요가 3월보다 1133% 껑충 뛰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Δ부산 143% Δ전라도 138% Δ충정도 118% Δ경상도 115% Δ강원도 72%가 뒤를 이었다. 4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연휴를 계기로 터진 셈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일명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속초, 제주는 이번 연휴 기간 호텔 예약률이 70%에서 최대 90%까지 찼다”며 “3월까지 전국 호텔 투숙률이 낮게는 10%에서 높아야 30% 내외였던 점과 비교하면 ‘황금연휴 특수’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피해 청정지역으로 떠나는 ‘탈(脫) 도심’ 현상도 여행 수요를 부추겼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가 발표한 ‘여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지역별 숙박 예약률은 강원도가 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Δ경기도 12% Δ전라남도 11% Δ경상남도 9% Δ제주도 8%가 뒤따랐다. 전체 예약의 40%가 서울(21%)과 경기도(18%) 등 수도권에 집중됐던 지난해 숙박 트렌드가 뒤집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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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내내 파리만 날렸던 공항도 국내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일주일간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국내 항공편이 총 1670대, 하루 평균 238.6대로 잠정 예측했다. 지난해 5월 초 연휴 기간 평균 항공편(252대)을 94.4%까지 따라잡은 수준이다.
◇‘특수’마저 비껴간 면세업계…‘국내 판매 한시 허용’ 순항할까
‘황금연휴 특수’를 톡톡히 누린 여행·숙박업계와 달리 면세업계는 이번에도 텅 빈 면세점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관세청이 6개월 이상 적체된 ‘재고 면세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국내 판매를 허용했지만, 실판매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펜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면세품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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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면세점들이 쌓아놓은 ‘재고 보유량’은 약 3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입출국 여행객이 3월 기준 93% 급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재고관리 비용은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실정이었다.
면세업계는 정부 조치에 대해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환영했지만, 5월 황금연휴 특수를 보지는 못했다. 면세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재고품 원가 산정→에이전시(대행사) 선정→재고품 매입→유통채널 선정 및 단가 선정→할인 행사 기획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 가능한 재고를 선별하고 원가를 산정하는 작업부터 에이전시 선정, 매입, 유통까지 소요되는 시간만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며 “아쉽지만 면세업은 연휴 특수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면세품 국내 판매’가 순조롭게 실현될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철 지난 ‘이월 명품’이 각 유통채널과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아서다. 최악의 경우 이번 조치가 ‘악성재고 돌리기’ 현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품의 상당수는 값비싼 명품인데 명품은 시즌, 유행에 매우 민감한 상품”이라며 “백화점 명품관은 ‘신상품 판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6개월 이상 묵힌 명품을 들일 유인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월 명품을 오픈마켓이나 로드숍에서 싼 값에 판매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기대한 만큼 소비가 일어나지 않을 위험이 있다”며 “이 경우 면세점으로부터 재고를 사들인 에이전시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에이전시 선정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관세청은 이번 조치로 면세점이 과다 보유하고 있는 장기재고의 20% 소진을 가정할 경우 추가적으로 약 16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뉴스1)